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

2008. 9. 15. 09:36삶 속의 이야기들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 되소서


설봉의존(雪峰義存)의 제자이며, 운문종의 개조인 운문화상이 어느 15일 아침 소참 때 좌하의 선승들에게 수시(垂示)하기를 (세상사람들은 가버린 과거에 너무 집착하여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들은 그대로 묻어버리고 잊어야 한다. 그러니) 15일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는다. (오히려 영원한 시간의 흐름은 처음도 끝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자, 이 영원한 미래, 즉) 15일 이후에 대해 뭔가 자기 나름의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라. (운문의 이 수시(垂示)에 대해 어느 누구 하나 발언하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운문 자신이 청중을 대신하여 이렇게 말했다.


『세상사람들은 비가 오면 「날씨가 나쁘다」고 하고, 비가 그치면 「날씨가 좋아졌다」고 한다. 계속해서 해만 쪼이면 「가뭄이 든다」 하고 비가 많이 오면 「홍수다」 하고 소란을 피운다. 그러나 우주가 인간을 위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우주의 본체에서 본다면 소나기도 태풍도 홍수도 가뭄도 모두 자연의 현상일 뿐 거기에는 선도 악도 없다. (우주의 절대적인 진리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일매일이 참 좋은 날인 것이다. (불길할 것도 해로울 것도 없는 그야말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다.)』


추석이 지났습니다.

달리 뾰족한 일 있지 아니해도

이런 저런 일로 그저 분망한 하루

그것이 명절인가 봅니다.


세월의 덫칠도 아니하고

연지 곤지 바르지 않았건만

한가위 보름달은 더 교교하게 느껴집니다.

언제나 如如한 달인데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소원도 빌어봅니다.


달은 그대로 인데 느끼는 계절 따라

사람의 마음만 가고오고 합니다.

이제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가

하루의 장을 열 때가 되었습니다.


한가위 맞았던 그 마음 그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한가위 같은 좋은 날만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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