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의 비유

2007. 7. 20. 01:28경전과교리해설

 

<도봉산 도봉사에서> 

 

수레의 비유


당태종이 나가세비구에게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가세비구가 말합니다.

『황제시여, 여기 마차가 있습니다.

말을 떼어내고, 바퀴를 떼어내고, 차대를 떼어내면

마차라는 것이 있습니까? 나라는 것도 그러합니다.

지수화풍의 사대를 떼어놓으면 나라는 것은 없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를 흔히들 마차나 수레에 비교합니다.

그래서 무명(無明)을 논하고, 오온(나)을 논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마차나 수레의 결합과는 다릅니다.

마차의 경우는 부분이 먼저 있고 나서 전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 나라고 하는 유정(有情)이라는 존재는

유기적(有機的)인 결합이므로 전체가 먼저 있고 나서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전체와 부분이라는 관념 하에서만

결합될 수 있는 비유에 불과합니다.


불교는 육계(六界), 사식(四食), 오온 등으로 인간을 분리하지만

이는 작은 돌맹이처럼 고정된 자아(自我) 또는 영혼이라는 것도 없고,

생명도 역시 관계현상의 하나임을 알리고자 하는 방편 교화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중생으로 하여금 무아론(無我論)을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 교화법(敎化法)에 불과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수레나 마차의 비유를

부분이 쌓여 전체가 된다는 식으로

자칫 유물론(唯物論)적으로 해석해서는 아니 됩니다.


종교적인 욕구가 일어나기 전에는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가 누구냐 하는 나에 대한 화두가 일어나기 전에는

그 어떤 영혼의 진리를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반드시 시간 밖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존재를 지배하는 차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삶이 번거롭다면

『살아 있다는 것은 기쁨을 가져온다.』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터의 이 말 만은 잊지 말고 삽시다.



@육계설: 지수화풍(地水火風) 공(空), 식(識)

@사식설: 단식(段食음식물에 의해 양육되어야 할 부분),

        사식(思食), 촉식(觸食),식식(識食)

@오온설: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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