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의공(第一義空)

2006. 11. 11. 05:58경전과교리해설

<수락산의 바위들> 

 

 

 

제일의공(第一義空)


이 사바의 삶이 괴로운 것은

바로 <나(我)>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없으면 괴로움도 고통이 없게 됩니다.

그럼으로 <나(我)>라는 이것이,

모든 번뇌의 근본이 됩니다.


사람들은 오음에 집착하여 그것을 <나>를 삼고

그런 뒤에는 바깥 물건에 집착하여

<내 것(我所)>으로 여기게 되고

애착을 느끼고 집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내 것>에 속박되기 때문에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내 것을 빼앗기 않으려고 발버둥치게 됩니다.

그래서 탐욕을 일으키고 성을 내게 됩니다.

그 탐욕과 성을 내는 인연 때문에

우리들 중생은 모든 업을 일으키게 됩니다.


아함의 경전에 <제일의공>이란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십니다.


『어떤 것이 <제일의공>이냐 하면

눈(眼)은 생기되 온 데도 없고,

없어지되 또한 가는 데도 없으며,

다만 업이 있고 업의 과보가 있을 뿐이며,

짓는 이(作者)도 얻을 수 없나니

귀, 코, 혀, 몸, 뜻도 역시 그와 같다.』


경에서 <짓는 이가 없다>는 말은

온갖 법 안의 <나>를 타파하였다는 의미가 됩니다.

만일 눈이 어디로부터 온 곳도 없고, 없어지는 곳도 없고,

역시 가는 곳이 없다고 한 말은,

눈은 무상하다는 것을 말씀한 것이 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곧 괴로운 것이고,

괴로우면 곧 영원한 실체라고 할 수 있는

<나>와 <내 것>이 없다는 것이 됩니다.

공(空)이란 의미가 됩니다.


<나>와 <내 것>이 없다면

온갖 법 가운데서 마음이 집착할 것이 없게 됩니다.

마음에 집착함이 없어진다면,

따라서 번뇌라는 것이 생길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럼으로 부처님은 항상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나>없다.] 는 것을

거듭 강조하여 말씀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설법에는 항상 두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나>라는 영원한 존재가 없다는 것이요,

둘째는 법(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신(神)이 언제나 있다고 고집하는 이에게는

그를 위하여 [짓는 이]가 없다 말씀하시고,

아주 없다고 고집하는 이에게는 그를 위하여

[업이 있고 업의 과보가 있다]고 말씀하셨으며

만일 어떤 사람이 [짓는 이가 없다]는 설명을 듣고

점차로 아주 없다는 소견 안에 떨어지게 되면

그를 위하여 [업도 있고 업의 과보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오음은 색과 수상행식이란

5가지의 인연으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이 오음은 업을 일으키면서도 뒷세상에까지 이르지 않습니다.

이 오음의 인연은 또 다른 오음을 내면서

업의 과보를 받으며 상속하기 때문에

[업의 과보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마치 어머니와 아이와의 관계와 같습니다.

몸은 비록 다르다 하더라도 인연이 상속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약을 먹으면 아이의 병이 낫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금세와 후생의 오음은 비록 다르다 하더라도

죄와 복의 업의 인연은 상속하기 때문에

이 세상의 오음의 인연으로부터

뒷세상의 오음의 과보를 받게 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모든 법의 모양을 구하면서 하나의 법에

[있다, 없다, 항상 있다, 항상 없다] 등으로 집착하나니

법에 집착함으로써 자기의 법에는 애착을 내고,

다른 이의 법에는 성을 내면서 나쁜 업을 일으키므로

이런 사람을 위하여 [모든 법은 공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법이 공하다면 법이 없나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애착하게 되면 법에 번뇌(結使)를 내기 때문입니다.

번뇌를 내게 되면 이것이 곧 무명의 인연이요,

만일 무명이 생긴다면 어떻게 그것이 진실이 되겠습니까?

이것이 법공(法空)의 이치인 것입니다.


또 중생은 비록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나>없다] 함을 듣는다 하더라도

모든 법에 대하여 쓸모없는 의론을 하므로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모든 법의 <공>함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만일 <나>가 없으면 또한 <내 것>도 없나니,

만일 <나>가 없고 <내 것>이 없다면

이것은 곧 <공>의 이치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