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0. 05:46ㆍ경전과교리해설
<있다는 말과 없다는 말의 의미(有無의 問題)>
우리는 무엇이 있다, 무엇이 없다고 하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소에게는 뿔이 있는데 토끼에게는 뿔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 이 있다(有)는 말과 없다(無)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
첫째, 토끼에게 뿔은 본래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는 말이라면, 이는 단견(斷見)이 된다. 이는 마치 어제 내게 돈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는 말이다. 이는 있다 즉 유(有)를 전제하여 상대적으로 없다(無)는 말이다. 이는 단지 말로서만 의미가 있지 어떤 본질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처음부터 없었다는 의미라면 이는 무견(無見)에 해당된다.
이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의미로 있다(有)를 것에 대한 상대적인 말로써 무(無)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토끼에게 뿔이 없다면 이는 있다, 없다는 말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의 뿔에 상대하여 없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
셋째, 뿔이란 실체가 있는 데 다만 토끼에게는 없다는 말이라면, 이는 상견(常見)이라고 한다. 이 경우는 뿔이라는 자성(自性) 즉 본질이 두 개 있는 것이 된다. 즉 자성이란 본질로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자성이라 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보편성을 지니기 때문에 자성인 것이다. 그런데 소에게는 뿔이란 자성이 있는데 토끼에게 없다면, 보편성을 상실한 것이고, 만약 토끼에게도 있다면 이는 자성이 둘이라는 모순을 갖게 되어 본래 자성이라는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뿔이란 실체(實體)가 없다는 말이라면, 이는 무견(無見)으로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토끼에게도 소에게도 뿔은 없는 것이 된다. 따라서 소에게는 뿔이 있고, 토끼에게는 뿔이 없다는 말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말은 이와 같이 언어의 상대적 의미로밖에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단지 사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헤아린 것(이를 계탁(計度)이라 한다.)에 불과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을 간과 하고 <있다>, 또는 <없다>는 말이 실체의 존재(存在) 유무(有無)를 결경 짓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經)에서는 이를 아는 것을 법(法)을 본다고 하여 견법(見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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