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보리암(2)

2006. 5. 9. 00:00생각하며

 

 

 

안개 속의 보리암(2)


수로왕의 허황후 오신던 날도

오늘 같았을까.


종일 내리던 짓궂은 비가

부슬 부슬 가랑비로 바뀌었다.


다리가 저려 오는 데

그래도 

내친 김에

힘겹게 오른

금산 보리암


온통 안개다.

허공과 바다가

온통 한 통속이 되어

이 중생을 맞이한다.


법당에서 기도하는

저 염불소리도

한 통속이 된 이 안개를

어찌 하지 못하는가 보다.


희뿌연 안개 속

비에 젖은 초파일 연등들

달랑달랑 하는 데

희미한 안내등이

아스란히 길을 밝힌다.


무엇을 생각하는 지,

그저 지긋이 응시하는

금산 보리암 해수관음,


안개속에 살아남은

여린 빛이

관음의 입술 위로 옅게 흐른다.


해수에 찌달리고,

검푸른 돌이끼 자욱한

천년의 삼층석탑


허태후의 뜨거운 가슴도

세월의 이끼가 끼었나 보다.


그래도

안타까운 듯

어리석은 이 중생에게

한 마디 해주라고

바람 빌어 관음에게 대 잎을 날린다.


(신문왕 3년;683년 가락국 수로왕의 왕비 허태후가 인도에서 파사석을 가져와 이 삼층석탑을 지었다고 한다. 일설로서는 이 탑 안에 부처의 사리를 묻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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