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3. 31. 23:46ㆍ붓다의 향기
목적과 수단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 어떠하던 무시하고 덮어버리는 것이 오늘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아함경에 이른 이야기 있다.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사리풋타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여름 안거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죽림정사에서 부처님과 함께 안거를 마친 한 비구가 찾아왔다. 사리풋타는 그에게 부처님과 제자들, 신심 깊은 재가신자들의 안부를 차례로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옛 친구인 다난자니(陀然)의 근황을 물었다.
"내 친구 다난자니도 잘 있든가, 그리고 자주 부처님을 찾아뵙고 설법을 듣던가?"ꡓ그 비구는 엇짢은 얼굴로 말했다.
"그는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지만, 부처님을 찾아뵙고 설법 듣는 일은 잘 하지 않습니다. 계를 어기고, 다른 사람을 속이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재물을 모은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ꡓ
사리풋타는 이 말을 듣고 다음날 다난자니를 찾아갔다.
"벗이여. 그대는 어찌해서 바른 법을 닦지 않고 금계를 지키지 않으며, 남을 속이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는가?"ꡓ
다난자니가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벗이여, 나는 세속에 사는 사람이네. 부모와 처자를 보살펴야 하고, 나라에 세금도 받쳐야 하고, 조상을 위해 제사도 지내야 하고, 찾아오는 사문과 바라문에게 보시도 해야 하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재물이 필요한데, 어찌 하겠는가? 자네가 내 입장이 되어보면 나를 이해할 것일세."ꡓ
사리자가 되물었다.
"그럼 내가 한 가지 물어보겠네. 어떤 사람이 부모를 위하느라고 악행을 했다고 하세. 처자를 위해 또는 조상을 위해 악행을 하고, 세금을 내기 위해 악행을 하고, 보시를 하기 위해 악행을 했다고 하세. 그렇다고 그가 지은 죄가 감해질 수 있겠는가?"ꡓ
친구는 고개를 떨구면서ꡐ"그렇지 않다" 고 말했다.
사리풋타는 친구를 위해 진심을 다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벗이여. 정당한 행위와 정당한 방법과 정당한 공덕의 결과로 재물을 얻어 부모와 처자를 보살피고, 조상을 위하고 사문에게 보시를 행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래야 처자와 친족과 이웃과 사문들로부터 존경받지 않겠는가."ꡓ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는 말이 있다. "모로 가나 세로로 가나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 결과만 좋으면 수단이 나쁘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이것이 보통사람들의 심리다. 그러나 사리풋타는 아무리 목적이 좋고, 결과가 훌륭하다고 해도, 그것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나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 감각도 없고, 또 융통성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인다. 이런 태도는 세속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불편한 요구다. 어떻게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방법으로 사업을 하고 재산을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라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사리풋타는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충고를 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에 좋은 결과가 성취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옳고 바르지 않으면 그 결과로서 정당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자기 혼자나 자식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남을 속여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얻거나 빼앗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이 세상에 도둑이나 사기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무협지에 나오는 협객처럼 부모의 원수를 찾아 복수의 살인을 행하는 이것이 정당화된다면 진정 이 사회는 살인자로 처벌받을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악인이 선인이 되고, 사기꾼과 도둑이 의롭고 자비로운 성인군자가 될 것이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악이 선이 되고, 사기와 폭력, 살인 등등이 이 혼탁한 사회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이 있다. 이는 힘들고, 어렵게 돈을 모아서 보람되게 쓰라는 의미다. <어렵고, 힘들다>라는 말은 바르고 정당한 수단과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만약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이 결과를 정당화시킬 수 있었다면 옛사람들도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 라는 말 대신 차라리 "도둑놈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 고 했을 것이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세상사 모든 것이 다 그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는 것이다. 도둑도 도둑질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고, 살인자도 살인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그 나름 데로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른 답이 아니다. 바른 진리의 소리가 아니다. 아무리 그 결과가 좋다고 할지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온당치 못하면 잘못된 것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인간의 법칙이 아니다.
이는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사회의 법칙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것은 정글의 법칙이지 인간사회의 법칙이 아니다.
그래서 정글은 분노의 온상이 된다. 정글은 그래서 폭력의 온상지요, 살생의 온상지가 된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여야 하고, 내 먹이가 모자라면 힘없고 병들은 자, 나 보다 약한 자를 가리지 않고 내 배를 채워야 한다. 그것이 정글의 법칙이지, 인간 사회의 법칙은 아니다.
그럼으로 정글의 동물처럼 살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도 정당성과 도덕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결과가 좋다고 할지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그릇되면 안 된다. 동정심 내지 자비심이나 의협심, 정의 등을 내세워 남을 속이고, 폭력과 사기, 도둑질과 같은 그릇된 방법, 사악한 방법 등을 이용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는 베푸는 자도, 받는 자도 악업을 짓는 것이다. 그렇게 지어진 업은 그 업을 다시 정당화하기 위해 또 다른 악업을 짓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야 한다.』
이것이 바른 삶이요, 진리의 소리다. 결코 목적이 좋고,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옳지 못하면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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