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뒤안길에서

2005. 11. 1. 22:59생각하며



<이른 황혼의 도봉산>

 

삶의 뒤안길에서


검다고 싫어하고 희다고 좋아하는

어리석은 중생들의 삶

검은 색 하얀색

어우러진 이 사바가 그래도 극락일세


서산에 해지니 산새소리 애잔하고

동산에 해뜨니 온 산천이 새 색시라.


어리석은 벗이여 여기를 보게나.

죽음이 있기에 삶이 좋은 것이고,

괴로움이 있기에 행복이 좋은 것을,


머리 위에 쌓인 잔설 세월을 탓하지만

삼척갑자 동방석이 무엇을 탐했는가?

삶이었나, 죽음이었나?


어리석은 중생들이 눈뜨고 하는 말

사바는 고해(苦海)라,

깨달아서 부처 되고 싶다고.


사바가 어디 있고

부처가 어디 있으랴

무심히 돌아보면

모두가 부질없는 이 마음의 짓거리인 것을.


서방질 잘못하여 쫓겨 난 아낙네처럼

오는 봄을 찾는다고 온 산을 누빌텐가?

뜰 앞에 목련이 기지게 키니

부르지 않아도 벌나비 온다네.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것이

인간사 오늘 어제 일이 아니거늘

무엇이 애달아 미련이 그리 클까?


구름이 바람 따라 흘러가듯이,

꽃향기 따라서 벌나비 날아들듯

흐르는 천성산 계곡물처럼,

막히면 돌아가고,

그래도 막히면 쉬어가면 되는 것을.


바람처럼 온 인생이라면

바람처럼 가면 되는 것을

청산에 숨어서도 우는 새처럼

어이해 그대 홀로 눈물을 지으려 하는가?

 

-현림 저.<바람에 실린 꽃향기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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