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9. 30. 22:10ㆍ생각하며
청풍호 가는 길
-현림-
허기진 영혼 달래길 없어
허공에 마음 던져놓고 길은 나섰다
아픈 다리가 더욱 져러오는데
제천서 무작정 올라탄 버스 청풍호로 간단다
정거장마다 타고내리는
시골 아낙네와 촌노들의 수다소리
삐꺽되며 굴러가는 버스소리마냥 귀전을 두드린다.
문뜩 눈앞에 바위들이 치솟아 내 눈을 뜨게 한다.
곰바위 역이다.
수미의 산들이 내려와 앉아 있는 듯
철위산이 병풍을 두르듯,
분명 사람들의 손이 빚은 것은 아니다.
아래는 청풍호
호반을 둘러싸고 있는 계곡이
꼬여진 실타래마냥 감싸고 돌아간다
타는 이 없는 빈터에서 무작정 내려 걸었다.
한참을 걸으니 청풍대교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소리 맑은데
다리 아래 호수는 유리알처럼 빛난다.
산위에 우뚝히 선 정자
청풍호를 눈아래 깔고 있다.
유리알 같은 그 빛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물향기에 취하여 호반을 따라 걸었다.
그윽한 청풍호의 채취가 온 몸에 베어든다.
하늘의 푸른 바람이 청풍호를 감싸고 돌아가고
병풍처럼 둘러싼 짚은 녹음이 호수를 물들이고 또 물들린다.
저 멀리 유람선 한척이 물따라 흘러가고 있다.
나도 길따라 물따라 돌고 또 돌아가니
호반의 길은 끊어지고 이정표가 가로 막는다
고개 들어 바라보니
<청풍명월길>
호수길 돌아서 수산면 가는 길
길은 녹음에 젖고 젖어 푸르르고
바람은 옷깃 속을 시원하게 맑게 부는 데
아쉬운 것은 밝은 달을 보지 못하는구나
내 다시 오리라
어둠이 가신 그날에
허공에도,
호수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서 떠는
청풍명월의 저 달을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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