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46구 안거(安居)
2025. 5. 16. 17:55ㆍ증도가
한가히 노닐며 절집에 조용히 앉았으니
고요한 안거 참으로 소쇄하도다.
~原文~
優遊靜坐野僧家(우유정좌야승가)
闃寂安居實瀟灑(격적안거실소쇄)
*격(䦧):고요할 격. 소쇄(瀟灑): 기운이 맑고 깨끗함
봄이라 계수나무 꽃이 피더니
향기도 옴 쩍 않는 소림(小林)의 바람
이제사 감로(甘露)에 과일 익음에
끊임없는 인천(人天)의 한 맛보리.
~원감국사(圓鑑國師:1226~1292)~
한가롭게 노닌다는 것은 구속되거나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다.
출가한 사람은 마음을 알고 근본을 통달하여
삼계(三界)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4생(生)을 깨끗이 벗어나서 진로(塵勞)에 얽매이지 않고,
소요 자재 하면서 평안한 곳에 고요히 앉는다.
이 때문에 설두(雪竇)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출가아(出家兒)여, 이렇게 존귀(尊貴)할 수 있고
이렇게 고상할 수 있는가.
만승(萬乘)의 지위가 높아도 읍(揖)하지 않고,
오후(五候)의 문(門) 뛰어나도 달려가지 않는다네.
눈으로는 천산(千山)을 마주해도 마음은 한가해서
하나의 경계[一境]일 뿐이니,
층층 바위와 나무는 선길(善吉)의 문(門)에
그늘을 드리우고, 첩첩 시냇물과 구름은
유마의 방[維摩之室]에 광채를 펼친다.
이 가운데서 서로 만나니 어찌 통쾌하지 않으랴.”
~남명전화상송증도가사실(南明泉和尙頌證道歌事實) ~
@안거(安居)의 유래는 인도의 승도(僧徒)가
일 년에 두 차례의 3개월간 외출을 금하고
좌선과 수학에 노력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를 양안거(兩安居)라 한다.
이 풍습이 지금도 이어져 우리나라 승가에서는
동안거(冬安居), 하안거(夏安居)로 나누어 이를 유지하고 있다.
<업소(業疏)四>에 의하면 형(形)과 심(心)을
섭정(攝靜) 하는 것을 안(安)이라고 하고,
기한을 정하여 거주하는 것을 거(居)라고 했다.
안거란 세상의 물욕을 떠나
마음을 닦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입니다.
마음이 사물을 가까이하면 할수록
수행과 거리가 그에 비례하여 멀어집니다.
그래서 승가에서는 세속과 같은
번거로움의 일상을 벗어나 이를 멀리하고
행주좌와(行住坐臥)에 더 근신(勤愼)할 수 있도록
기간을 설정하여 수행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승가에서는 아란야나 만행보다
이를 필수적인 수행으로 여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물욕에 대한 욕심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승가(僧伽)에 머무는 수행자라 해도
도를 이루기 전에는
완전히 물욕(物慾)에 초연할 수는 없습니다.
근대 중국 스님의 한 분으로 알려진
세수 120세에 입적하신 허운(虛雲)스님이 하신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방편개시(方便開示)>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도업(道業)은 이루기 어려운데
처음 출가했을 때는 도심(道心)이 좋았으나
날이 갈수록 게을러지고 맙니다.
그래서 출가 1년에는 부처님이 눈앞에 있고
출가 2년에는 부처님이 서천(西天)에 있으며
출가 3년에는 부처님한테 돈을 달라고 한 것입니다.
도심이 오래가지 않으면 도업은 이루기 어렵습니다.
이슬 같은 도심으로 어떻게 생사를 끝낼 수 있겠습니까?
~방편개시/허운(虛雲)스님(184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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