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鐵馬)는 달을 품고 달려가는구나.

2024. 9. 10. 13:49선시 만행 한시 화두

 

 

사람의 본성은 부처의 마음이라고 한다.

참되고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그 순수하고

참된 마음이 더럽혀져

탐욕의 아귀(餓鬼)가 되어 간다.

무엇 때문에 그 선하고 참된 마음이 더럽혀질까?

중생의 마음을 더럽히는 것은

바로 무명의 바람인 오욕락(五欲樂) 때문이다.

오욕락이라는 것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에 대한

탐욕과 향락으로 일어나는 욕심. 재물(財物), 색(色),

음식(飮食), 명예(名譽), 수면(睡眠) 등을 일컫는다.

이런 오욕락(五慾樂)은 두려움, 근심,

괴로움의 인연이기 때문에

오욕락에 빠지는 것은

마치 모래톱에 빠지는 것과 같아서

한번 빠지면 다시 헤쳐 나오기 어렵다.

고승(古僧)은 이를 이렇게 게송으로 옮겨놓았다.

 

魄隱生死地(백은생사지)

魂調榮辱田(혼조영욕전)

鐵馬含月走(철마함월주)

逆順心琴弄.(역순심금농)

 

선시(禪詩)란 보고 느낄 뿐이지

이를 풀이한다는 것은 알음알이요,

사족(蛇足)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눈밝은 선지식의 자비의 혜량을 기대하면서

자구를 풀어 본다.

 

첫 귀의 혼(魂)은 양기(陽氣)이니

신기(神氣) 즉 영혼, 정신을 의미하고

백(魄)은 음기(陰氣)이니 신체를 의미한다.

생사지(生死地)는 살다가 죽으면 묻히는 땅이니

무덤을 의미하고

영욕(榮辱)의 밭이란 곧 오욕을 의미한다.

두 번째 귀의 철마(鐵馬)는

선시에서 보통 자성(自性)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지칠 줄 모르는 욕망

즉 어리석은 마음의 무명을 상징하며

달은 불성을 상징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달은

하늘의 달이 아니라 강물에 비친 달을 말한다.

순심(順心)은 선한 마음이요,

순심(淳心)을 의미한다.

순심(淳心)은 정토왕생에 대한

신념이 순일(純一)하여

딴생각이 조금도 없는 마음을 말한다.

거문고를 탄다는 말은 청정한 자심을 버리고

오욕을 탐닉함을 거문고를 탄다고 비유한 것이다.

이를 종합하여 그 뜻을 새겨보면,

 

육신은 생사의 땅에 묻히는데

정신(영혼)은 영욕의 땅을 갈고 있구나

지칠 줄 모른 어리석은 마음은

허공의 달을 버리고 강물에 비친 달을 쫓고 있고

진심을 거슬러 거문고(영욕)를 타는구나.

 

오욕락(五欲樂)은 허망하며 무익(無益)하다.

<지도론17>에서는

「오욕이란 얻을수록 더하니,

마치 종기를 불로 뜨는 것과 같고

오욕은 이익이 없으니,

마치 개가 마른 뼈를 핥는 것과 같고,

오욕의 증쟁(增爭) 함은

까마귀가 고기를 다투는 것과 같으며,

오욕이 사람을 애태우는 것은

바람을 거슬러 횃불을 잡는 것과 같고,

오욕이 사람을 해(害)함은

독사를 밟는 것과 같으며,

오욕이 실(實)함이 없는 것은

꿈속에서 얻는 것과 같고,

오욕이 오래지 아니함은

잠시 빌리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오욕락의 이런 허망함과 무익함을 알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리석은 마음 곧 무명 때문이다.

오욕은 얻을 때는 잠깐 즐겁다가 잃을 땐

몹시 괴롭나니 마치 칼날에

꿀을 발라 놓은 것을 핥으면 단맛에 빠져

혀를 상하는 줄을 알지 못함과 같은 것이다.

모든 욕심은 얻어도 만족이 없고

잃으면 매우 괴롭거늘 얻기 전에는

얻으려고 원하고 얻고 나면

그 때문에 걱정이 되고 번뇌가 된다.

 

그러므로 <증도가>에서

「오온의 뜬구름이 부질없이 가고 오며

삼독의 물거품은 헛되이 출몰한다.」

라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