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빌린 돈
2024. 7. 5. 23:51ㆍ야단법석
꿈속에서 갑돌이는
같은 마을의 갑순이에게 거금(巨金)을 빌렸다.
약속한 기일이 되자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전전긍긍하다가 꿈을 깼다.
그런데 꿈속의 일이지만 깨고 나서도
무언가 꺼림직한 생각이 든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갑순이를 생각하고
전생에 진 빚 갚는다는 심정으로 도와주라는 암시인가?
그런데 꿈속에 빌린 돈만큼 도와주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돈 욕심이 거기까지 이르자 별생각이 다 든다.
혹시 내가 준 돈으로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다면
그 우쭐대는 꼴을 어찌 보지.
아니냐. 부질없는 생각이냐.
실없는 분별 망상(妄想)일 뿐이야,
허망한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왜 내가 고민하지.
자, 그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망상(妄想)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하겠는가?
《원각경소》에 이른 말이 있다.
「차별의 모습인 중생법은
여래장성(如來藏性)엔 본래 없으며,
따라서 일체의 차별상으로 존재하는 모습들은
心의 분별작용에서 나타난
識의 모습일 뿐이다(萬法唯識),
실재하지 않은 識은 허깨비나 꿈과 같아서
그 자체는 단지 공적한 眞如一心일 뿐이다(萬法歸一).
分別妄想인 識의 근본은 一心이다.
왜냐하면 진여일심을 의지해서
그 작용인 識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재하는 자체가 없이
一心이 無明煩惱로 인하여 識이 되었으며,
그 識은 모든 존재하는
현상 사물로 변화하였을 뿐이다(起諸現行).
그러므로 눈앞의 세계(境)를 거두어
識으로 귀결시키고,
그 識을 거두어 진여일심으로 귀납해야 한다(轉識得智).」
우리들 범부 중생은 너나 할 것 없이
눈을 감고 꿈을 꾸기도 하고,
눈을 뜨고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해는 서산에 걸렸는데,
자, 말해 보라.
꿈속에 빌린 돈 갚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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