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

2024. 5. 11. 22:49삶 속의 이야기들

 

스토아학파의 교설에 따르면

우리의 인생에서 힘든 것 중 하나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의무를 따라야 할 때, 그리고 잡다한 일에 부딪혔을 때

<no>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당신의 선택(choice), 의지(will),

그리고 마음(mind)을 다루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대단한 소리는 아니지만 사실 사람의 평가는

곤경에 처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고대 로마 제국 시대의 그리스에서 활동한 스토아학파가 있었다.

그 가운데 에픽테토스(Epictetics)라는 유명한 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서기 50년경에 프리기아의 히에라폴리스에서 태어났으며,

젊은 시절에 그는 네로 황제의 비서였던 에바브로디도의 노예였다.

 

그가 어떻게 노예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예 시절에 그가 절름발이가 된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이는 오리게네스의 『켈수스에 대한 반론(Contra Celsum)』 이란 책에서

켈수스가 말했다는 에픽테토스 일화인데

하루는 주인이 장난삼아 에픽테토스의 다리를 꺾으려고 했는데

에픽테토스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웃으면서 주인에게

"그러다 다리가 부러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자기 다리가 완전히 꺾여 부러지게 되자

에픽테토스는 주인에게

"당신이 부러뜨릴 것이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지금의 우리 시대의 관념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일이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보면 로마는

노예를 물건과 같이 취급하였던 사회다.

주인이 생살여탈권까지 쥐고 있었으니

항의도 거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담담히 인내했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일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감내했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그는 후일 그의 주인 에바브로디도의 후원을 받아

로마에서 당시 스토아 철학자로 유명했던

무소니우스 루푸스 밑에서 철학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노예에서 해방되어

철학자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가 사후 그의 제자가 남긴

에픽토트스의 어록 <제요>는

스토아학파의 교본이 될 정도로 유명한 저서로 회자한다.

 

이와는 반대로 천도교의 제2대 교주였던

최시형(崔時亨)의 이런 일화가 전한다.

당시 동학의 창시자인 최재우가 사형당한 후

그 역시 관헌의 눈을 피해 일생을 도망자 신세였는데

그는 항상 보따리를 매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최 보따리>라는 별명까지 붙여졌는데

그는 도망을 다니는 중인데도 그가 먹은 과일은

언제나 그 씨앗을 따로 챙겨 땅에다 도망 다니는 중에도

땅을 파고 심어놓았다고 한다.

어느 일행이 도망을 다니기도 바쁜데

어찌 이렇게 한가할 때냐 물으면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은 씨앗이지만 이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으면 길을 가는 어느 허기진 나그네나,

마을 누군가가 이를 따먹지 않겠는가?>라고.

사해를 비춘다는 그의 호 해월(海月)이라는 의미에서 보듯

우리가 여기는 하잘것없는 작은 씨앗 하나도 중히 여기고,

먼 미래의 사람들까지 생각하는 깊은 그 안목에

깊은 도인의 품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행복한 삶이란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달라진다.

살면서 힘들고, 괴로운 일을 당할지라도 즐거운 마음,

기쁜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지금은 고인이 되신 모 스님이 보내 주신 글이 있어 여기에 올려놓는다.

 

@당신의 자녀들이 뜻을 거스르면

거긴 아이들이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있다는 것이다.

 

내야 할 세금이 있다면 나에게는 사업과 직장이 있다는 것이다.

옷이 몸에 좀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닦아야 할 유리잔, 고쳐야 할 하수구,

깎아야 할 잔디가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집이 있다는 것이다.

 

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데 차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름질하고 세탁해야 할 옷이 많다면

그건 나에게 입을 옷이 많다는 것이고

몸이 뻐근하게 피로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이른 새벽 시끄럽게 자명종 소리에 깨었다면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주변은 당신에게서 받은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