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삶 속에서 느끼는 행복

2023. 3. 18. 22:11삶 속의 이야기들

 

혈당관리를 하기 위해 불암산 둘레길을 매일 걸으면서

산새 먹이를 주는 일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이지만

매일 오르다 보니 같은 길이라 지루한 감도 있고 해서

기분 좋은 무슨 꺼리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일이

산새 먹이 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산새 먹이를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그저 먹먹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아도 요란한 설명만 있지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사실 내가 다니는 불암산 둘레길 코스는

바위가 좋아 바위 너들길 택하다 보니

둘레길이 아니라 준 산행이다.

그래서 휴대가 간편하고 또 매일 다니다 보니

구입도 쉬워야 했기에 시험 삼아 농협마트에서

콩을 사서 새들이 내려앉을 만한 장소 6곳을 선택해

조금씩 뿌려놓고 내려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오르는 내내 산행의 지루함보다는

산새들이 내가 뿌려놓은 콩을 먹었나 안 먹었나 하는

작은 호기심 덕분에 걷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콩을 뿌린 다음 날 뿌려놓은 콩이 보이지 않으면

산새들이 먹기는 먹었나 보다 하고 그저 그렇게 느끼면서도

왠지 기분은 좋았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은

뿌려놓은 콩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는

부질없는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내가 먹이를 잘못 선택한 것아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산새 먹이로 무엇이 좋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하던 중

어느 날 비둘기를 보고

호기심에 같은 콩을 조금 뿌려놓았더니 먹는 척하더니

모두 뱉어내고 먹지를 않는 것을 보고는

비둘기처럼 몸짓이 작은 새는

이런 콩류는 먹지 않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코스에는

주로 까마귀와 까치들이 운집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왜 이런 놈들이 먹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날이 춥고 음산한 날은

기동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날 뿌려놓은 콩은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날도 맑고 해서 어제처럼 콩을 뿌려놓고는

잠시 멀리 떨어져 앉아 쉬고 있는데

콩을 뿌려놓자마자 산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콩을 쪼아먹는 것이 아닌가?

산새들은 사람의 인기척만 나도 날아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나무 뒤에 숨어서 보니 까마귀였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임시방편으로

휴대폰으로 숨어서 몇 컷을 찍었다.

휴대폰으로 숨어서 급히 찍은 것이라 사진은 별로였다.

그러나 내가 뿌려놓은 콩을 산새들이 먹는 것을 보니

먼발치에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큰일도 아닌 사소한 것인데도 왜 기분이 좋았을까.

산을 내려오는 걸음도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허구적인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행복이나,

홀연히 찾아 온 행운으로 태풍처럼 몰아치는

기쁨의 그런 행복보다도 일상의 삶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이런 느낌의 행복이

오히려 삶의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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