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와 한 알의 겨자씨

2022. 12. 29. 21:04삶 속의 이야기들

 

 

오랜 옛적 한 기녀가 있었습니다.

미모가 뛰어나 뭇 남정네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녀는 그렇게 모은 돈을 아낌없이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후 스님으로 태어났습니다.

스님의 그 절에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모이고 보시 또한 항상 넘쳐났습니다

전생에 지은 선행(善行)의 보은(報恩)을 받은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한국불교의 한 획을 그은

만공스님의 전생담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성경에 이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께 묻습니다.

“하늘나라가 무엇과 같은지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대답했습니다.

“하늘나라는 마치 한 알의 겨자씨와 같으니

이는 모든 씨앗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로되

그것이 땅에 떨어지면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어

하늘을 나는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라”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그 행복이란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작은 헌신과 사랑이요,

상대를 이해하고, 잘못을 포용해 주는

작은 자비의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내일 모래면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아 옵니다.

새해에는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한 알의 겨자씨가 됩시다.

온유한 마음으로 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한 송이 꽃을 피워봅시다.

 

만공스님이 생전에 남긴 시 한 수가 생각납니다.

세계일화라는 시입니다.

 

@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

어리석은 자들은 온 세상이 한 송이 꽃인 줄을 모르고 있어

그래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내 것과 네 것을 분별하고

적과 동지를 구별하고 다투고 빼앗고 죽이고 있다.

하지만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라.

흙이 있어야 풀이 있고 풀이 있어야 짐승이 있고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네가 있는 법

남편이 있어야 아내가 있고 아내가 있어야 남편이 있고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자식이 있어야 부모가 있는 법

남편이 편해야 아내가 편하고 아내가 편해야 남편이 편한 법

남편과 아내도 한 송이 꽃이요 이웃과 이웃도 한 송이 꽃이다.

나라와 나라도 한 송이 꽃이거늘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는

이 생각을 바로 지니면 세상은 편한 것이요

세상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고 그릇되게 생각하면

세상은 늘 시비하고 다투고 피 흘리고

빼앗고 죽이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니라.

世界一花의 참뜻을 펴려면

지렁이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참새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심지어 저 미웠던 원수들마저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요

다른 교를 믿는 사람들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니

그리하면 세상 모두가 편안할 것이다.

~만공선사(滿空禪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