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癸卯)년 새해에 부치는 글

2023. 1. 5. 23:48삶 속의 이야기들

 

 

계묘(癸卯)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오행으로 보면 계(癸)는 방위로는 북쪽이 되고

색깔로는 검은색이 됩니다. 그래서 올해를 검은 토끼해라고 합니다.

 

울릉도 도동항 일출

토끼의 생김새를 보면 귀는 대체로 길고 꼬리는 짧습니다.

위턱에는 식물을 갉아 먹기에 적합한 길쭉한 앞니가 2쌍 있고,

윗입술은 갈라졌으며 긴 수염이 있습니다.

뒷다리는 앞다리보다 훨씬 길고,

차는 힘이 세어 높은 언덕길도 쉽게 뛰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집토끼는 떼를 지어서도 잘 살지만, 산토끼는 혼자 산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토끼는 계절에 따라 털의 색이 변하지 않으나

산토끼는 계절에 따라 털의 색이 바뀐다고 합니다.

 

 

토끼는 어느 동물보다도 온순한 동물입니다.

집에서 키우는 닭도 위험이 닥치면 상대를 부리로 쫓고,

유순한 말도 뒷발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우둔한 소도 머리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지만,

토끼는 전혀 그런 공격할 만한 무기가 없습니다.

오로지 상대를 피해 도망가는 것이 유일한 보호책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한 위험을 감지하는 청각 능력이 뛰어납니다.

토끼는 다른 동물과 달리 귀가 크고 쫑긋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소리는 중요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소리도 있고, ()가 되는 소리도 있습니다.

칭찬하는 소리도 있고 비난하는 소리도 있고,

기쁨을 주는 소리도 있고 슬픔을 안겨다 주는 소리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싫든 좋든 간에 많은 소리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소리를 바르게 분별하는

마음의 소양이 필요합니다.

내 삶에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지 나쁜 소리인지를 분별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눈앞에 이익보다 먼 내일의 이익을 위하는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토끼는 앞다리보다 뒷다리가 잘 발달하여 높은 언덕도 쉽게 뛰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짧은 것은 성공하고,

칭송받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겸손하라,

자신을 낮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새해의 전망은 경제도 정치도 안보도 먹구름이 끼워 어둡습니다.

민심은 빈부의 차이에다 성차별과 세대 간의 분쟁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진보네 보수네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우리의 사회는 펜덤현상으로 몰입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랑대의 일출

높이 뛰려면 몸을 움츠려야 합니다.

크게 되려면 겸손함을 지녀야 합니다.

어려울수록 절약하고, 사치하고 낭비하는 마음을 줄여야 합니다.

내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내 주변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최선(最善)이 안 되면 차선(次善)을 택하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영리한 토끼는 위험을 대비하여 피신할 3개의 굴을 마련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하나의 삶을 누리고 싶지만

삶은 길은 한길로만 갈 수 없습니다.

차선이 최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살아가야 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더 높은 곳에 이르려면 더 낮은 곳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고난을 이기고 도약할 수 있습니다.

 

동해 촛대바위의 일출

계묘년의 묘()는 간지로는 4번째에 해당하며

십이지()로는 토끼를 의미합니다.

불교에서도 12()에 동물을 형상하여

여기에 보살을 배대하고 있습니다.

토끼는 관음보살의 33응신 중 수월보살에 해당합니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은 세상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자비를 베푸는 구원의 보살입니다.

수월관음도를 보면 푸른 바닷물로 둘러싸인 암굴 속에

높은 보관을 쓰고 신광(身光)과

두광(頭光)을 발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남미륵사의 수월관음

계묘년 새해는 관음보살과 같이 나의 소리가 아닌

내 이웃의 소리를 듣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암굴 속에서 중생을 위해 빛을 발하는

수월관음보살처럼 계묘년 새해에는 토끼와 같은 유순한 마음으로

음지(陰地)든 양지(陽地)든 모두가 내 이웃을 위하고

모두를 위한 밝은 내일을 위한

그런 빛을 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