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유(快癒)를 기원하며 도봉산 석굴암에서

2022. 11. 7. 20:49삶 속의 이야기들

 

11월의 첫 일요일 도봉산 석굴암을 찾았다.

석굴암은 자운봉 바로 아래에 있는 암자로

오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그리 잘 알려진 암자는 아니다.

석굴암 찾아가는 길은 천축사 입구에서 우측길을 따라 오르거나

아니면 자운봉에서 하산길에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자운봉에서 하산할 때 지금까지는

무심코 만월암 쪽으로 내려오게 되어 번번이 지나쳤던 암자다.

오늘은 아예 천축사 입구에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이곳에서 석굴암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도봉산 코스 중에서도 된비알이 심한 코스다.

바위 너들길인데다 특히 석굴암 입구에서 오르는 돌계단은

길고 가팔라서 여간 힘들지 않았다.

 

 

힘들게 석굴암을 올라 법당에서 참배하고 있는데 요란한 헬기 소리가 들렸다.

도봉산 어느 봉우리에서 사고가 나서 그리로 가나 보다 했는데

바로 코앞에서 계속 소리가 들려 참배를 끝내고 바라보니

석굴암 올라오는 바로 아래쪽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다.

이 길은 돌바위 길로 심한 된비알이지만

석굴암 오르기 전에는 암벽을 탈 만한 곳은 없는데

어찌 된 일인가 하고 생각해 보니

아마도 바위너들길인 된비알 길을 오르는 등산객이

발을 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된비알 길에 낙엽이 깔려 자칫 방심하면 발을 삐기에 십상이다.

 

선어(禪語)에 보면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발밑을 조심하라는 의미인데

발밑을 보려면 허리를 굽혀 몸을 낮추어야 하듯

매사 하심(下心)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근신(謹愼)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행동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등산할 때도 마찬가지다.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방심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

이런 낙엽이 깔린 돌바위 너들길의 된비알 길을 등산할 때는 특히 그렇다.

산이란 희희낙락(喜喜樂樂)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연을 음미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근신하는 경건한 마음 자세로, 하심의 마음 자세로

발밑을 살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다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빠른 쾌유가 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