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으며
2022. 1. 4. 00:34ㆍ삶 속의 이야기들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가 가고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새해가 밝았습니다.
호랑이는 맹폭한 야성의 맹수이지만 『동국세시기』에 보듯
우리나라 민화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삿된 귀신과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闢邪)의 영물(靈物)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올림픽대회의 마스코트로 선정될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를 보면 우리 민족을 예맥족(據組族)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맥(組)이란 말은 호랑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말로서
주역(周易)에서는 호랑이의 방위를 지칭하는 인방演方) 즉 동북방이인데
이는 한국인이 살아온 우리 강토를 가리키는 말이며
동시에 호랑이를 토템 신으로 섬기는 신앙을 가진 민족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호랑이를 단순히 야성의 맹수로만 보지 않고
일찍이 호랑이를 신앙으로 숭배하고 받들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호랑이는 약 200만~300만 년 전 처음 나타난 이래,
약 11만 년 전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서식하던
공통조상이 6만~3만 년 전에 아종으로 분기를 시작했습니다.
약 6만 7천 년 전에 인도네시아 쪽으로 남하하여 수마트라호랑이가 되었고,
약 5만 3천 년 전 인도 방향으로 이동하여 벵골호랑이가 되었습니다.
약 3만 4천 년 전에는 북쪽으로 이동하여
남중국호랑이와 시베리아호랑이(아무르호랑이)로 분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 2만 8천 년 전에는 인도차이나 호랑이가
말레이 호랑이가 분기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긴 역사를 지닌 호랑이는 본성이 원래 야성의 맹수이기에
사람을 위협하는 무서운 동물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호랑이를 두려워하는 본능은
급기야 호랑이를 신앙의 대상으로 올려놓게 되어
살아 있는 호랑이를 신으로 받들고
제사까지 지내는 풍속이 오랜 옛날부터 행하여졌습니다.
이러한 호랑이숭배 사상은 산악숭배 사상과 융합되어
산신 신앙으로 자리 잡게 되는 데
산을 숭배하는 사상은 산속에 사는 숭배의 대상인 호랑이와 연계되어
산신이 호랑이로 표현된 것입니다. 그래서 호랑이를 별칭 하여
산군(山君), 산군자(山君子), 산령(山靈), 산신령(山神靈),
산중영웅(山中英雄)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심마니들은 호랑이를 산신령으로 여기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산신 숭배 사상은 종교적으로는 본다면
특히 불교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호랑이와 함께 산신을 모시는 전각은 사찰에 따라서
삼성각에 모시기도 하지만 불교의 전각 중에서 산신각은 빠지지 않습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사찰에 산신각을 두고 그 안에 산신도를 모시고 있는데,
이것은 원래 불교사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불교의 토착화과정에서 생겨난
대표적인 신불(神佛) 수용의 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산신은 사찰의 호법선신이며
신행자들의 수호자이며 산중생활의 외호신으로
받들어져 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산신각에 봉안된 산신탱화는
산신이 토속신으로 소박한 수용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
전법도생의 적극적 실천자이며,
기도자로서는 절실한 귀의의 대상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의미합니다.
이를 단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석문의범>인데
석문의범 「산신청山神請·가영歌詠」에서는 산신을
“옛날 옛적 영취산에서 부처님의 부촉을 받으시고,
강산을 위진 하며 중생을 제도하고 푸른 하늘 청산에 사시며,
구름을 타고 학처럼 걸림 없이 날아다니시는 분
(靈山昔日如來囑, 威鎭江山度衆生,
萬里白雲靑嶂裡, 雲車鶴駕任閑情)”이라고 찬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교학자들은 산신을
단지 토착 신앙의 결합으로만 보는
민속학적 견해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고양잇과 동물로, 일반적으로 단독 생활을 합니다.
호랑이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강해
형제자매끼리도 경쟁해서 쫓아내고,
심지어 엄마 호랑이도 몰아낼 정도로
‘독립심’이 강하다고 동물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렇게 호랑이가 홀로 지내게 된 주된 이유는 사는 곳이 덤불과
나무, 갈대 등이 우거진 밀림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밀림은 숨을 곳이 많아 사냥에 유리하기도 하지만,
초원처럼 먹잇감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홀로 사냥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먹이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한 마리의 호랑이가
무려 3,000km가 넘는 세력 범위를 가지기도 합니다.
또 호랑이는 한번 배불리 먹으면 오랫동안 굶는 습성이 있으며,
나무에 잘 기어오르고 헤엄을 잘 친다고 합니다.
수컷은 단독 생활을 하며, 암컷은 새끼를 데리고 있다가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만 함께 생활합니다.
그런데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와 호랑이가 만약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동물학자들은 사자가 이긴다고 합니다.
동물학자들은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가 호랑이보다
지능이 더 높을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두개골 용적을 비교한 결과 사자의 두개골이
호랑이보다 작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덜 똑똑한 사자가 동물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고양잇과 동물의 특징인 단독 생활을 버리고
힘을 합쳐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디언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갈려면 둘이서 가라」
삶이란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일 겁(劫)도 아미타 세계에서는 하룻낮 하룻밤의 짧은 시간이라고 하지만
길어야 100년 안팎도 못살지만
혼자가 아닌 사회적 공동체로 살아야 하는
중생의 삶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짧은 시간의 삶이 아니기에 홀로 독불장군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남들보다 강하고 영리하다고 해서, 출세하고 돈과 권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인기가 높다고 해서 우쭐대고 남을 무시하며 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호랑이는 산중의 왕이지만 백수의 왕이 되지 못하는 것은
함께 사는 공동체가 아닌 홀로 독불장군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백지 한 장도 맞들면 낫다」,
「개미 천마리가 모이면 맷돌도 든다」라는
우리네 속담이 있듯이 임인년 호랑이 이 한해는
비난과 배척, 시기와 질투가 아닌,
나와 이웃, 사회 공동체가 모두 모두 서로서로 존중하고
협동 단결하는 조화로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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