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석굴암

2022. 11. 12. 21:46국내 명산과 사찰

 

모처럼 도봉산을 찾았다. 집과 멀지 않아 자주 찾았던 산이지만

코로나 여파로 그런지 최근 몇 년간 등산객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늘어나 북적거린 것이 싫어 한동안 뜸했던 산이다.

늦은 가을이라 단풍도 거의 지고해서 등산객이 좀 줄었나 싶었는데

여전히 전철역에서부터 등산객이 붐볐다.

우이암 쪽으로 갈려다 그래도 늦깎이 단풍이라도 볼 양으로

자운봉 코스로 방향을 정했다.

 

 

 

 

도봉산 단풍은 이쁜 곳이 제법 많았는데

늦가을이라 거의 다 졌지만,

다행히 걸음이 늦은 몇 그루는 띄엄띄엄 눈에 들어온다.

휴일 하루 소요하는 나 홀로 산행이라 서두를 것도 없다.

 

 

 

어스렁어스렁 걷다 보니 천축사 입구에 다다랐다.

우측으로 석굴암 가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천축사를 거처 자운봉 오르는 코스는 등산객은 많은데

이 코스는 한적해 보여 석굴암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도봉산의 여러 사찰은 거의 다 참배했지만,

도봉산 석굴암은 자운봉에서 내려오다 보면

번번이 만월임 쪽으로 내려오게 되어

들리지 못했던 사찰이기 때문이다.

석굴암 오르는 코스는 도봉산 코스 중에서도

된비알이 심하고 돌계단이 상당히 가팔랐다.

 

길 옆 바위에 자연이 조각한 문양이 마치 부처님 발다닥처럼 보인다.

 

 

 

석굴암 가는 후미진 곳에 바위에다 <나무묘법연화경>이란 글이 암각되어 있다.

<나무>는 귀의(歸依)라는 의미이며,

〈묘법연화경 Saddharmapuṇḍarῑka-sūtra〉이란

“진실한 가르침의 연꽃이라는 경” 이란 것을 의미한다.

흔히 약칭하여 법화경으로 불린다.

대승 불교 전통에서 가장 널리 읽혀온 경전의 하나이며,

천태종을 비롯한 여러 불교 종파에서

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경전으로 존중되어왔다.

7권 28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엄경(華嚴經)』과 함께

한국불교사상을 확립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경전이다.

 

『법화경』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으로 평가되고 전승된 것은

회삼귀일사상(會三歸一思想)이다.

삼승(三乘)이 결국은 일승(一乘)으로 귀일(歸一)한다는

이 사상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여

성문(聲聞)과 연각(緣覺)과 보살(菩薩)의 무리에게 맞게끔

갖가지의 법(法)을 설하였지만,

그것이 모두 부처의 지견을 열어 보이고

깨달음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방편이었을 뿐,

시방 불토(十方佛土)에는 오직 일불승(一佛乘)의 법만이 있음을 밝힘으로써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석굴암 오르는 구석진 한 곳에 이름 모를 부도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형태를 보니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도(浮屠)는 다른 말로 승탑(僧塔), 묘탑(墓塔)이라고도 하며,

부처님이 아니라 승려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만든 작은 탑인데

역사적으로는 통일신라 후기에서 시작되었다.

주로 덕이 높은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넣고 쌓은 둥근 돌탑인데

도봉산의 이 부도는 무명인이라서 그런지

형태도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 이런 부도를 볼 적마다

다시 한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도봉산 만월암과 같이 석굴암을 오르는 길은 길고 가파른 돌계단이다.

자운봉 바로 아래라 경사도 가파르지만,

인공 구조물이 아닌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든 돌계단이라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면서 경이로움마저 든다.

 

도봉산 석굴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이란 것 외에 별도 자료가 없어

사력은 알 수 없지만 오래된 암자는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경내에는 법당과 만월보전, 그리고 나한전과 요사채가 조성되어 있다.

석굴법당의 규모는 일반적으로 느끼는 큰 법당은 아니고

2~3명 정도 참배할 수 있는 규모다.

석조 석가모니불을 중앙에 두고

2분의 보살을 뒤편에 고부조로 암각되어 있다.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만월보전은 약사여래를 모시는 전각이다.

협시보살은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모시는 것이 정석인데

바로 옆 도봉산 만월암의 만월보전에는

약사여래 옆 협시보살로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셨고

석굴암의 만월보전에는 약사여래의 협시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협시보살로만 본다면 주불은 아미타여래가 되어야 하겠지만

도봉산의 두 암자는 편액은 만월보전이며

모두 약사여래를 본존으로 봉안하고 있다.

법당 안에는 칠성탱, 독성, 산신, 신중탱이 걸려 있고

좌측에 지장보살상을 봉안하고 있다.

 

 

 

독성(나반존자)

 

칠성탱

 

 

산신

 

지장보살

 

 

오백나한전

자운봉 아래 조성된 오백나한전은 가파른 지형을 이용하여

2층으로 조성되어 있고 중앙에는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모시고

좌우에 협시보살을 두고 오백나한이 상하좌우로 봉안되어 있다.

협소한 공간의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이 많은 나한상을 조성한 것이 경이롭다.

 

 

 

 

 

 

오백나한전 뒤편 암벽을 타는 등산객을 망원으로 잡아 보았다. 정말 대단하다.

 

 

법당에 참배하고 있는데 헬기 소리가 요란하여 나와보았더니

석굴암 오르는 아래쪽에 사고가 난 모양이다.

석굴암 오르는 이 길은 바위 너들길에다 된비알인데

설상가상으로 바닥 돌 위에 낙엽이 깔려 있어

방심하면 발을 삐기 쉽다.

하산할 때도 젊은 등산객이 발을 삔 것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런 길을 오르내릴 때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선어의 글귀가 새삼 가슴에 느껴진다.

 

 

 

 

 

 

 

 

석굴암 탐방을 마치고 이제 하산 한다.

자운봉을 비롯하여 도봉산은 익히 다니던 곳이라 오늘은 여기까지로 만족했다.

 

자운봉에서 내려오면 여기가 석굴암 가는 입구가 된다.

 

숲속에 숨어 있던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툭 튀어나와

점심을 먹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점심이라야 나 홀로 산행이라 집에서 먹든 케잌 한 조각에

커피 한 병과 물 한 병이 전부라 줄 것이 없어

먹던 케잌 반 조각을 잘라서 던져 주었더니

냉큼 먹고 또 달라고 쳐다만 본다.

산 속이라 먹을 것이 없나 보다.

처량하게 보였지만 줄 것이 없어 내 마음도 씁쓸했다.

다음번 산행에는 내가 먹지 않더라도

좀 여유 있게 챙겨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산길이라 급할 것도 없어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늦가을 정취를 담아 본다. 

 

 

 

 

 

 

늦가을 햇빛 속에 여름의 정취를 느껴본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을 속의 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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