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단풍 가을걷이 산행

2022. 11. 5. 18:07국내 명산과 사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던 여름 햇볕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여리어지고 어느새 소슬한 가을바람이

대지를 식히고 있는 늦가을.

붉게 물들었던 단풍마저 끝물로 들어서고 있다.

언제 가을이 오나 싶었는데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다.

흐르는 세월이야 오고 감에 무심하겠지만

세월의 무게를 느끼고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중생이야 어찌 그럴 수 있으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희소식을 기다리면서도

어제의 향수를 그리는 중생의 마음.

아마도 사라져가는 그것에 대해 아쉬움과 미련 때문이 아닐까.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고 싶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가을 단풍 가을걷이를 하는 겸 수락산을 찾았다.

늘 다니는 던 영원함 코스 대신 오늘은 수락산역에서 내려

매월정을 거처 석림사로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수락산은 단풍이 아름다운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옛 기억으로는 이 코스가 제일 낫겠다 싶었다.

역을 내려 염불사를 오르기 전 개울을 건너 매월정으로 향했다.

창고 같은 건물 앞에 한그루 단풍나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오솔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매월정이 가까워 질수록 수락산 정상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위의 이 바위는 매월정코스를 오를 때만 볼 수 있는 바위다.

 

 

 

 

 

 

 

 

매월정이다. 매월정은 김시습의 호 매월당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쓴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세조 왕위 찬탈에도 단종에 대한 신의를 지키며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자연에 은거한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그의 발자취는 수락산을 비롯하여 전국 여러 곳에 남아 있다.

훗날 율곡 이이는 김시습을 가리켜 ‘백 세의 스승’이라는 칭송하기도 했다.

 

매월정 처마 끝으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며 김시습의 <乍晴乍雨 (사청사우)>란

시 한수를 올려 놓은다. 

이 시는 '잠시 개었다가 또 비가 내린다' 라는 뜻으로

매월당 (梅月堂) 김시습 (金時習)이 지은 칠언율시 (七言律詩)이다.

 

乍晴乍雨雨還晴 (사청사우우환청)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잠시 개었다가 비 내리고, 비 오다 다시 개이나니,

하늘의 이치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세상인심이냐.

 

譽我便是還毁我 (예아변시환훼아)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나를 칭찬하는가 하면 어느새 나를 헐뜯고,

명예를 마다하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는구나.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부쟁)

꽃이 피고 꽃이지는 것을 봄이 어찌 관여하리,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잘 기억해 두시게,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이 없다는 것을.

 

매월정 맞은 편 봉우리에서 바라 본 정자가 있는 풍경이다.

단풍이 드니 더욱 운치가 있어 보인다.

 

 

 

 

 

무언가 응시하고 있는 독수리바위다.

푸른 하늘에 무심히 흘러가는 흰구름을 보는 것일까?

 

 

 

 

 

 

 

 

배낭바위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올연한 자세가 장엄하기 그지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정상에 곶힌 태극기는 펄럭이고..

 

이제 정상을 지나 석림사 쪽으로 하산한다.

 

 

 

 

 

 

 

 

 

 

 

 

 

@ 시름시름 걷다보니 해가 질 무렵에야 석림사(石林寺)에 도착했다.

사찰을 들리기는 늦은 시간이라 망설이다가

단풍이 물든 석림사의 가을 풍경이 너무 좋아

지나칠 수 없어 경내로 들어갔다.

 

수락산 석림사는 1671년 현종(顯宗) 12년에

석현화상(錫賢和尙) 과 그의 제자 치흠(致欽) 화상이

석림암(石林庵)을 창건했는데

그 암자의 현판은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문집에 따르면

박세당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1698년

숙종(肅宗) 24년에 대홍수로 유실되자

나라에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을 기리는 의미에서

현재 노강서원이 있는 자리에 충절사(忠節祠)를 짓고

지금의 석림사 자리에 축원당(祝願堂)으로 석림암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1745년 영조(英祖) 21년에 다시 대홍수로 유실된 것을

익명의 스님이 복원하여 석림사라 개명했다고 했다.

그 후 6·25동란으로 전소된 것을 비구니 상인(相仁) 스님과

그의 상좌 보각(寶覺)이 수년간 노력 끝에

불가피(佛加被)로 복원하여 중창과 개축을 거듭하여

지금의 석림사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옛모습과는 달리 단풍으로 둘러 쌓인 진영각이 고즈넉한 멋을 풍긴다. 

 

 

 

 

@노강서원(鷺江書院)

경기도 기념물 제41호. 1695년(숙종 21) 노량진에 충렬사로 창건해서

박태보를 배향했다. 1697년(숙종 23)에 사액 되고,

1791년(정조 15) 노강서원으로 승격하여 다시 사액 받았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6·25전쟁 때 파손된 것을 1969년에 현 위치로 이전, 복원했다.

지금의 노강서원은 김시습의 영정을 모시고 기리던

옛 청절사의 터라고 한다.

@박태보(朴泰輔 1654~1689)는

1695년(숙종 21)에 지방 유림의 공의로

숙종 15년의 민비(閔妃) 폐출 때 죽음으로써

이를 충간(忠諫)하였던 조선 후기의 선비로

예조좌랑, 사간원정언, 이천현감, 파주목사를 역임했다.

 

청절사는 박세당이 후학을 위해 청절사를 지을 때

후학을 위해 강론하든 정자라 한다.

현재 주춧돌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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