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과 삼도팔난(三途八難)

2021. 4. 3. 18:14붓다의 향기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은

다른 보살들처럼 독립적으로 조성, 예배 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은 서방극락 세계의 주불인 아미타불의 보처보살(補處菩薩)로서 등장한다.

사찰에 따라서는 극락전에 대세지보살 대신 지장보살을 모시는 예도 있지만,

아미타삼존(阿彌陀三尊)이라 하면 협시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일컫는다.

대웅전(大雄殿)에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좌측에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모시고,

우측에 자비행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을 협시로 모시듯

극락전(極樂殿)에서는 서방정토의 본존인

아미타불 좌측에 관음보살을 모시고

우측에 대세지보살을 모신다.

이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각각 지혜문(智慧門)과

자비문(慈悲門)을 상징하듯

관음보살은 자비문(慈悲門)으로,

대세지보살은 지혜문(智慧門)의 상징으로 대변된다.

 

대승사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국보 제321호

대세지보살은 산스크리트로

<마하 스타마 프랍타(Maha sthama prapta)>라고 하는데,

<마하>란 대(大)를 의미하고 <스타마>는

힘 또는 세력을 의미하는 중성명사로 력(力) 또는 세(勢)로 한역 된다.

<프랍타>는 가득 채운다는 뜻의 프라의 과거분사로서

‘가득한’ ‘충만한’ 이라는 뜻이다. 즉 큰 힘으로 가득 찬 보살이라는 뜻으로

세지보살(勢至菩薩), 득대세지(得大勢至), 대정진(大精進) 보살이라고 불린다.

대세지보살이 발을 한번 디디면 삼천 대천 세계와 마군(魔群)의 궁전이 진동하므로

그 힘이 강하여 대세지라 하며, 보살이 지닌 지혜의 광명은

일체 세계와 일체중생을 두루 비추어 삼도(三途)의 고통을 여의케 하고

위 없는 깨달음을 향한 보리의 힘을 얻게 하므로

대세지라고 이름한다고 설해지고 있다.

 

금동대세지보살 보물 제1047호/호림박물관소장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문수보살의 지혜와는 달리

극락세계의 보처보살인 대세지보살의 지혜광(智慧光)은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을 비추어 보고

삼도팔난(三途八難:세 가지 나쁜 세상과 여덟 가지 재난)의

고통에 떨어져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원해 준다고 한다.

 

중국 요산의 대세지보살

삼도팔난( 三途八難)이란 지옥·축생·아귀의 삼악도와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정법을 듣지 못하는 여덟 가지의 큰 재난(災難)을 말하는데 풀이하자면,

⓵재지옥난(在地獄難) ⓶재축생난(在畜生難), ⓷재아귀난(在餓鬼難),

⓸재장수천난(在長壽天難), ⓹재북울단월주난(在北鬱單越洲難),

⓺농맹음아(壟盲瘖瘂), ⓻세지변총(世智辯聰),

⓼불전불후(佛前佛後)의 여덟 가지 재난을 말한다.

 

지옥도

팔난 중에서 처음의 셋(⓵⓶⓷)은 중생의 업인(業因)에 따라 태어나는

존재 양상인 육도(六道) 즉, 천,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의 세계에서

가장 고통이 심한 곳이기 때문에 법을 들을 수 없고,

다음의 둘(⓸⓹)은 수명이 길고

복덕이 뛰어나 즐거움이 너무 많아서 법을 듣지 못한다고 한다.

장수천(長壽天)이란 천인(天人)의 장수자(長壽者)를 의미하며,

이는 색계 제4천인 무상천(無想天)과

무색계의 제4처인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이 이에 해당한다.

무상천의 수명(壽命)은 5백대겁(百大劫으로 색계천에서 가장 장수(長壽)가 되며,

무색계의 제4처인 비상비비상천은 8만 겁(劫)으로 삼계의 최장수라 한다.

장수천은 색계(色界)와 무색천(無色天)에서 가장 수명이 길고

복을 평안(長壽安穩)하기 때문에 법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주 배동 삼불사 아미타삼존불 중 대세지보살(보물제63호)

불교 설화에 의하면 인간계는 일설로 수미산 중간에 위치하며,

중생들의 업력에 따라 태어나는 곳이 4곳이 있다고 한다.

이를 사주(四洲)라 한다.

그 사주(四洲)는 남섬부주, 북구로주 그리고 동성신주와 서우화주인데,

북구로주는 4주(洲) 중에서도 가장 복덕이 뛰어나고

살기가 좋아 승처(勝處)라고도 불리며

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자연스럽게 다 구할 수 있다고 하며,

수명도 천세(千歲)를 산다고 한다.

 

중국 보타낙가산의 보제사 아미타삼존불

여섯 번째⓺농맹아음(聾盲啞瘖)의 농(聾)은 귀머거리, 맹(盲)은 장님,

아(瘂)는 벙어리, 음(瘖)벙어리를 뜻하는데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에 법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⓻) 세지변총(世智辯聰)은 세상의 지혜가 너무 뛰어나 법을 듣지 못하고,

여덟번째(⓼)불전불후(佛前佛後)는

부처님이 태어나기 전과 열반 이후에는 법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삼도팔난(三途八難)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상사 약수암의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보물 제421호

<대일경소(大日經疏)>에서는

「여세국왕(如世國王)과 대신(大臣)의 위력을 대세(大勢)라고 했으며

대세지보살이란 이름은 그와 같은 힘을 가진 보살이라는 뜻이다」라고 했다.

≪관무량수경≫에 따르면 대세지보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보살의 크기는 관세음보살과 같고 그 원광의 지름은

125 유순(由旬: 거리를 계산하는 단위로 帝王이 하루 행군하는 거리다.

40里 혹은 30里)이며 250 유순을 비춘다.

온몸에서 나투는 광명은 자마금색으로 시방세계의 모든 나라를 다 비추는데

인연이 있는 모든 중생은 다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 보살의 한 모공(毛孔)에서 나오는 광명만 보아도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의 청정하고 미묘한 광명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보살의 이름을 끝없는 광명 즉 무변광(無邊光)이라 한다.

 

군위 석조삼존불 중 대세지보살 국보 제109호

이 보살의 보배관은 500가지의 보배로 장식되어져 있고,

그 하나하나의 보배꽃에는 500여 개의 보배 꽃받침이 있으며,

그 낱낱의 꽃밭임에는 시방세계의 청정 미묘한

불국토의 드넓은 모습이 다 나타나 있다고 한다.

또 발을 디디면 삼천세계와 마군의 궁전이 진동하고

그 울리는 곳마다 5백억 송이의 보배 꽃이 피고

그 꽃은 극락세계의 연못에 핀 연꽃과 같다고 한다.

 

단양 청련암의 대세지보살

또한, 앉을 때는 칠보로 된 국토가 한순간에 흔들리며,

그 울림은 아래쪽으로는 금광불국토까지 이르고

위쪽으로는 광명불국토까지 이른다고 한다.

정수리에 보병(寶甁:보배병)을 얹고 있으며

항상 아미타불의 바른편에 시립 한다.

아미타불이 임종하는 중생을 맞으러 올 때

연꽃을 든 관음보살과 함께 합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보살이다.

한번 설법을 하게 되면 수많은 대세지보살의 분신들이

극락세계에 모여들며 이 보살의 형상을 보거나 음성만 들어도

곧바로 교화를 입고 해탈을 하게 된다고 한다.」 고 했다.

 

예천 향천사 아미타삼존불

대세지보살의 이 보병에 대해 <보은기(報恩記)>에는

「대세지보살의 보병(寶甁)은 막중한 부모의 은혜를 표현하기 위하여

전생의 부모 유골을 넣었다」라고 하며,

이렇게 부모님 유골을 보병 안에 모신 것은

지금 만나는 모든 이들이 전생의 부모임을 깨우쳐주기 위한 메시지이다.

 

숭림사 아미타삼존불

대세지보살과 관음보살의 구별 특징은 관음보살의 보관에는

아미타 화상이 묘각 되어 있지만 대세시보살의 보관에는 보병이 있다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탱화, 목조나 석조보살로 조각될 경우는

보병이 없는 보관만 하려 하게 장식된 경우가 많다.

수인(手印)은 손에 연꽃을 들거나 합장을 하기도 한다.

연꽃의 의미는 중생이 본래 갖춘 불성(佛性)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꽃이 핀 것은 불성이 드러나서 이미 성불한 것을 뜻하며,

그리고 봉오리는 불성이 번뇌에 물들지 않고

장차 필 것을 나타낸다는 차이가 있다.

또 합장의 수인(手印)은 염불하는 수행자를 맞아 가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