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보살의 배우자 타라(Tara) 이야기
2020. 8. 19. 00:27ㆍ국내 명산과 사찰
여래와 보살의 배우자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유일하게 경전에서 밝혀진 것은 석가모니불이다.
옛 고타마싯달타가 깨달음을 얻기 전 배우자가 바로 야소다라이다.
경전에 따르면 부처의 10대 제자 중 밀행제일(密行第一)로 꼽히는 라훌라는
고타마싯달타와 야소다라 사이에 태어난 친자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불교 경전에 따르면 석가모니 이전에 이미 천불(千佛)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드러난 7분의 여래를 과거칠불이라고 불리는 데
비바시불(毘婆尸佛), 시기불(尸棄佛), 비사부불(毘舍浮佛), 구류손불(拘留孫佛),
구나함불(拘那含佛), 가섭불(迦葉佛),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을 가리킨다.
「불설칠불경」 이나 「장아함」 <대본경>에 따르면
석가모니불을 포함한 7불이 모두 한 명의 자식을 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경에는 배우자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대신 자식의 이름과 그의 제자들만 나와 있다.
“비비시 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방응(方膺)이고,
시기 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무량(無量)이니라.
비사바 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묘각(妙覺)이고,
구루손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상승(上勝)이니라.
구나함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도사(導師)이고,
가섭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집군(集軍)이니라.
그리고 이제 내게 아들이 있으니 그 이름은 라후라(羅睺羅)이니라.”
그런데 보살의 경우는 유일하게 배우자를 둔 것은 관음보살 한 분이다.
그 배우자가 타라(tara, 多羅)이다.
타라는 우리나라 불교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주로 라마불교의 영향을 받은 동남아국가나 티베트, 몽골 등에서
관음보살의 배우자로 관음보살보다 더 많이 숭배되고 있다.
민간 전설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의 여성 배우자로 알려진 타라(tar, 多羅)는
관세음보살의 눈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관세음보살의 눈물이 땅에 떨어져 연못을 이루고,
그 연못에서 연꽃이 한 송이 피어났는데
그 연꽃 속에서 태어난 것이 타라였다고 한다.
관세음보살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피안(彼岸)의 세계로 건너가도록" 도와주는 자비와 구원의 보살이다.
이 보살은 깨달음을 향한 정신적 여행의 수호자인 동시에
해로와 육로 여행의 수호자이다.
이는 중국불교의 관음신앙을 보면 잘 드러나 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사당이나 법당의 후벽이나 위쪽 편액에
「불광보조(佛光普照)」 나 「자항보도(慈航普渡)」란 글귀를 보게 되는 데,
이는 불교의 관음보살이 중국에서는 민속신앙으로 추앙받는
모성신 낭낭(娘娘) 이란 여신과 동일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낭낭여신은 두 여신으로 불리는데
벽하원군(碧霞元君) 즉 천선성모(天仙聖母) 내지
천후성모(天后聖母) 등과 함께
민속신앙으로 받들어지는 여신이다.
박하원군은 태산낭낭으로 불리며
태산(泰山)을 중심으로 북중국에서 신앙되고,
천후낭낭은 북주를 중심으로 남중국에서 숭배되었다.
하나는 대륙의 신이며, 다른 하나는 해상의 수호신이란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불광보조>는 관음의 다른 이름으로 남해대사,
자항대사와 상통한 것을 나타내고,
<자항보도>는 뱃사람들이 관음보살을 수호신으로 여겼기 때문인데
낭낭신이 여신상임을 감안할 때 관음보살보다
그의 배우자인 타라의 숭배 사상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티베트에서 신앙심 깊은 여성들은
모두 이 보살의 화현이라고 믿어진다.
티베트 최초의 불교도 왕이었던
손첸캄포 왕의 두 왕비(중국인과 네팔인)도
타라의 대표적인 두 화현으로 여겨졌다.
백색 타라(산스크리트로 Sitatārā, 티베트어로는 Sgrol-dkar)는
중국인 왕비로 화현 했다고 보고, 순결을 상징하며,
그녀의 배우자인 관세음보살의 오른쪽에 서 있거나
활짝 핀 연꽃을 들고 결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흔히 묘사된다.
이 보살은 대개 3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발바닥과 손바닥에까지 눈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을 '일곱 눈의 타라'라고 하며, 몽골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
녹색 타라(Syāmatārā/Sgrol-ljang)는 네팔인 왕비로 화현 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녹색 타라가 원래의 타라라고 생각한다.
녹색 타라 역시 관세음보살의 배우자이다.
이 보살은 보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장을 하고
푸른색 연꽃 봉오리(utpala)를 들고,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연화좌(蓮花座) 위에 앉아 있다.
각각 활짝 핀 연꽃과 아직 피지 않은 연꽃이라는 상징물로 대조되는
백색 타라와 녹색 타라는, 밤낮 쉬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는 타라의 한없는 자비를 상징한다고 한다.
티베트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타라의 형상은 108가지로 늘어났다.
티베트 사원의 기(旗)에는 빨간색·노란색의 다양한 21명의 타라가
녹색 타라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묘사된 경우가 많다.
타라가 머리에 쓰고 있는 관에는
흔히 화신불인 아미타불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이 보살이 관세음보살과 마찬가지로
아미타불 화현의 하나라고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들을 물리칠 때 기원의 대상이 되는 무섭고 푸른 형상의 타라는
우그라타라(Ugra-Tārā) 또는 에카자타(Ekajaṭā)라고 하고,
사랑의 보살인 붉은색의 타라는 쿠루쿨라(Kurukullā),
뱀의 독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타라는 장굴리(Jāṅgulῑ)라고 한다.
노란색의 브리쿠티(Bhṛkuṭῑ)는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성난 타라의 형상이다.
방대한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 속에 관음보살이 다양하게 묘사되는 것은
일반 보살이 위로는 불도를 구하고,
아래로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가지는 데 반해
관음보살은 특히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서원으로 하는 보살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어디에서나 중생과 같은 몸을 나타내어 감싸고
제도하며, 그의 서원은 오직 일체중생을
섭취함[攝取一切衆生]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체중생이 험한 길의 공포, 어리석음의 공포, 얽매임의 공포,
죽음의 공포와 빈궁의 공포, 살해의 공포, 악도(惡道:지옥에 떨어짐)의 공포,
윤회의 공포 등 모든 공포를 떠나게 한다.
관음보살이 시무외자(施無畏者)로 불리는 것은
중생에게 온갖 두려움이 없는 무외심(無畏心)을 베풀기 때문이며,
대비성자(大悲聖者)로 불리는 것은 자비를 으뜸으로 하기 때문이며,
구제대사(救世大師)라 불리는 것은 세상을 구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타라는 바로 관세음보살의 배우자로서
관세음보살의 또 다른 화현으로 숭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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