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3. 22:33ㆍ경전과교리해설
(구잡비유경) 동물 머리와 사람 머리의 가치
사람의 머리와 소나, 돼지 등 동물의 머리를 시장에 함께 내놓는다면
어느 쪽이 더 잘 팔릴까?
소머리와 돼지 머리는 쉽게 팔려나가겠지만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칭하는 인간의 머리는
값어치를 고사하고 누가 사려고 할까?
이 비유가 지닌 깊은 의미를 생각해 보자.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떤 국왕이 부처님 계신 곳을 지날 때마다
부처님께 예배하는 데 진흙탕이거나 빗길이거나 가리지 않았다.
곁의 신하들은 그것을 걱정하여 저희끼리 말하였다.
“왕의 마음 씀은 어찌 그처럼 자질구레하고 성가신가?”
왕은 이 말을 듣고 궁중으로 돌아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가서 짐승 머리 백 개와 사람 머리 하나를 구해 가지고 오너라.”
이윽고 신하들은 아뢰었다.
“모두 가져 왔습니다.”
왕은 그들을 시켜 그것을 가지고 시장에 가서 팔라고 하였다.
그러나 짐승 머리는 모두 팔렸지마는 사람 머리는 팔리지 않았다.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짐승 머리 백 개는 다 팔렸지마는 이 사람 머리는 냄새나고 문드러져 전연 사는 사람이 없습니다.”
왕은 곁의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지 못한다. 아까 내가 부처님 계신 곳을 지나다가 부처님께 예배하였을 때,
너희들은 '왕의 뜻은 자질구레하고 성가시다'라고 말하였다.
내 머리를 알고 싶은가? 저 깨끗하지 못한, 죽은 사람 머리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복을 구하여 천상에 나야 하겠거늘,
너희들은 어리석어 그것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자질구레하다고 말하였다.”
곁의 신하들은 말하였다.
“진실로 대왕님 말씀과 같습니다.”
그들은 머리를 조아려 사과하였다.
“신(臣)들이 어리석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이 뒤에 대왕님이 다시 나가시면, 신들도 모두 말에서 내려 부처님께 예배하여 대왕님으로 법을 삼겠습니다.”
이경을 진리탐구의 측면에서 보면 섬뜩하리만큼 무서운 경구를 내포하고 있는 경이다.
한세상을 살면서 <나>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를
온몸으로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자아의 문제는 종교가들이나 수행자들이나 하는 소리라고 치부해 버리고
얼렁뚱땅 지내오지는 않았는가? 하는 경각심을 일구어 주는 숨은 의미를 지닌 경이다.
반어적으로는 소머리와 돼지 머리 값보다 못한 머리를 굴리면서 사는
중생이 가련하다고 하는 경고를 또한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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