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지은 업에 대한 변명

2020. 4. 3. 21:30경전과교리해설

전생에 지은 업에 대한 변명

 

옛날 어떤 여섯 사람이 짝이 되어 지옥에 함께 떨어져

한 솥에 같이 있으면서 각기 전생의 죄를 말하려 하였다.

첫째 사람은 '()'라고 말하고, 둘째 사람은 '()',

셋째 사람은 '()', 넷째 사람은 '()', 다섯째 사람은 '()',

여섯째 사람은 '타라(多羅)'라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고 웃으시자, 목건련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왜 웃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여섯 사람이 짝이 되어 지옥에 함께 떨어져 한 솥에 같이 있으면서,

 각기 전생에 지은 죄를 말하려 하는데, 솥의 물이 펄펄 끓어 오르기 때문에

첫마디 말을 내자 둘째 말이 나오기 전에 물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첫째 사람이 ''라고 말한 것은 '세간의 60억 년이 지옥의 하루이니 언제 끝날까?' 하는 뜻이요,

둘째 사람이 ''라고 말한 것은 '언제 벗어날는지 기약이 없네'라는 뜻이며,

셋째 사람이 ''이라고 말한 것은 '아아,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뜻인데,

제 마음을 조복 받지 못하고 다섯 집의 재물을 빼앗아 거룩한 세 분께 공양하였지마는

어리석고 탐하여 만족할 줄 몰랐으니 지금 후회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하는 의미이다.

넷째 사람이 ''이라고 말한 것은 '살림살이를 지성으로 하지 못하여

내 재산이 남에게 속해버렸으니 매우 고통스럽다'라는 뜻이요,

다섯째 사람이 ''라고 말한 것은 '누가 나를 보호하여 지옥에서 나갈 수 있으면,

다시는 계율을 범하지 않고 천상에 나서 즐기겠다'라는 뜻이며,

여섯째 사람이 '타라'라고 말한 것은 '위의 이 일은 본래부터 계획한 것이 아니니,

 마치 수레를 잘 몰지 못하여 바른길을 잃고 삿된 길로 들어가

 수레 굴대를 부러뜨린 것과 같으니, 후회하여도 어쩔 수 없다'라는 뜻이니라.”

(부여 무진암의 예적금강) 

이 경은 오() 천축삼장(天竺三藏)이 번역한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 나온 이야기이다.

이 경은 얼필 보면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삶에서 이를 새겨보면 암시하는 바가 크다. 특히 마지막 <타라>의 의미가 그렇다.

 우리가 일상에서 잘못을 저질러 놓고는

흔히들 모르고 했다라는 변명으로 넘어가려 하지만

그 죄의 과보는 그렇게 넘어가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도 이르기를 모르고 저지른 죄가 알고 저지른 죄 보다 더 크다고 했듯이,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죄의 과보를 피할 수도, 면책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어둠에서 벗어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해탈, 극락, 열반에 이르는 길이

바로 무지(無智)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