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1. 17:24ㆍ삶 속의 이야기들
비구의 거리 방뇨
어떤 비구가 걸식하다가 소변이 너무 급해 길에 서서 소변을 보았다.
길 가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모두 비웃으면서 말하였다.
“부처님 제자들은 걸음걸이에도 법도가 있고 입는 옷에도 위의가 있는데,
저 비구는 서서 소변을 보는구나. 참으로 우습다.”
그때 어떤 외도 니건(尼揵)의 종족은 사람들이 그 비구를 비웃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우리 니건 종족은 알몸으로 다니지마는 아무도 꾸짖는 사람이 없는데,
부처님 제자는 서서 소변을 본다 하여 사람들이 모두 웃는다.
그것은 우리들 스승에게는 법칙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웃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부처님 제자들의 법은 청정하고 예의가 있으며 이야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곧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여 사문이 되어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비유하면, 사자는 온갖 짐승 중의 왕인 것처럼 비구는 사람 중의 스승이다.
그러므로 쓰는 말씨에도 법이 있어야 하고,
걸어 다니고 앉고 일어나는 데에도 위의(威儀)가 있어서
사람의 법칙이 되어야 하므로, 스스로 가벼이 여기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사회가 어찌 된 것인지 일반인들은 고사하고
공인(公人)이란 사람들조차 거리낌 없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하는 식의 짓거리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짓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동물들도 동물들이 다니는 제 길이 있듯이 사람도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이 있는 것이다.
어찌 사람이 동물들의 길을 취할 수 있으랴.
위 이야기는 비록 사소한 이야기지만 이를 치부해버리기보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새겨볼 일이다. 이글은 <구잡비유경>에서 인용된 것이다.
본문에 말한 <니건의 종족>이란 자이나 교인들을 가리킨 말이다.
자이나교는 무소유(無所有)를 철저히 실천하다 보니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알몸으로 고행을 하기도 했는데
이들을 나형외도(裸形外道)라고 불렀다.
후대에 와서는 흰옷을 입어도 된다는 백의파가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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