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 만난 스님 이야기

2020. 2. 17. 20:09삶 속의 이야기들

꿈속에 만난 스님 이야기

어젯밤 늦게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어떤 곳에 갔었다.

넓은 마당에 싸리문이 있는 듯했고, 툇마루에 노인 한 분이 턱을 괴고 비스듬히 앉아계시었다.

혹 무슨 모임이 있었다가 돌아갈 차가 없어 그런가 하고 물었다니 그렇다고 했다.

모셔드릴까 했는데 나 역시 그날따라 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며 마주 보다가 얼떨결에 잠을 깼다.

그런데 잠을 깨고 나니 모든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일타>라는 이름만 뇌리에 뚜렷하게 떠오른다.

생각해 보니 그 노인의 모습은 마치 포대화상같은 얼굴인데 턱이 몹시 마른 편이었다.

 스님은 스님 같은데. 여기까지가 꿈 이야기다.




日陀 스님이라면 나는 생전에 뵌 적도 없고,

 딱히 그 스님에 대한 아는 것도 없고, 말을 전해 들은 것도 없다.

완전히 모르는 스님인데 무슨 일로 내 꿈에 나타났을까?

나는 평시에도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더욱 이상했다.


일어나자마자 일타스님이 어떤 스님인지 검색을 해 보았다.

일타(日陀 :1929~1999) 스님은 해인사주지를 비롯해

은해사 조실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현대의 고승반열에 오르신 분으로 나와 있다.

은해사를 들린 적이 있지만, 그곳에서도 일타스님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스님이 1956년 태백산 도솔암에서 남겼다는 게송의 첫 두 귀가

몰록 하룻밤을 잊고 지냈으니(頓忘一夜過)

시간과 공간은 어디로 가버렸나(時空何所有)

어젯밤 꿈과 같이 뇌리에 스치는 듯하다.

 

남은 두 귀의 경지는 인연이 닿으면 소식을 접하겠지

문을 여니 꽃이 웃으며 다가오고(開門花笑來)

광명이 천지에 가득 넘치는구나(光明滿天地)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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