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유취와 폐마시목련경

2020. 4. 4. 23:45삶 속의 이야기들

물이유취(物以類聚)와 폐마시목련경(弊魔試目連經)

 

물이유취(物以類聚)란 사물에는 각기 비슷한 부류가 있다는 의미인데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

 새들은 같은 깃털을 가진 것끼리 함께 모이고, 짐승들은 같은 다리를 가진 것끼리 함께 달립니다.

 (夫鳥同翼者而聚居, 獸同足者而俱行.)

자호(柴胡)나 길경(桔梗) 등의 약재를 구하려고

연못으로 갔다면 평생 한 뿌리도 찾지 못하지만,

역서산(睪黍山)이나 양보산(梁父山)에 가서 찾는다면

몇 수레라도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물에는 각기 비슷한 부류가 있으며, , 순우곤도 현자들의 부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夫物各有疇, 今髡賢者之疇也.)라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북한산 국녕사의 나한상)  

 

순우곤(淳于髡)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사람으로 체구는 왜소했지만, 말재주가 좋았던 모양이다.

그는 본시 노예였으나 데릴사위가 되어 장인의 집에서 살다가

 제나라 위왕(威王)의 신임을 얻어 현사(顯士)로 대우받고 있다가

위왕이 죽고 선왕(宣王)이 즉위하여 현사들을 초빙할 때

순우곤은 한꺼번에 7명을 추천하였는데 선왕이 몹시 놀라 말했다.

천 리에 현자 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현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는 것처럼 많은 것이고,

 백 년에 성인 한 사람이 나타난다 해도 성인들이 발꿈치를 맞대고 걸어오는 것처럼 많다고 할 수 있는데,

하루 만에 7명을 추천했으니 너무 많은 게 아니겠소?” 하고 반문하자 순우곤이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왕께서 저에게 인재를 구하는 것은

마치 강에서 물을 긷고 부싯돌로 불을 일으키는 것처럼 간단한 일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미 선왕(先王) 위왕이 나를 현사로 인정했는데

어찌 내가 추천하는 사람이 현사가 아니겠는가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순우곤이 추천한 그 7명이 어떤 현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금의 시대상 빗대어 보면 줄을 잘 서고, 높은 자리에 인맥이 닿아 있는 사람들은

 세평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자리보전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는 소리로 들리는데 지나친 생각일까.

 

주역 문언(文言)〉》에도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마른 곳을 향한다.

구름은 용을 좇아 일고, 바람은 호랑이를 쫓아 분다.

성인이 나오면 만물이 보고,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위와 친하고,

 땅에 근본을 둔 것은 아래와 친하니, 이는 각자가 그 비슷한 것을 좇기 때문이다.

(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

 聖人作而萬物覩. 本乎天者親上, 本乎地者親下, 則各從其類也)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처럼 그 근본을 쫓아가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세속사 어디 그런가. 작금(昨今)의 세속사를 속담을 빌어 쉽게 풀이하면

과부(寡婦) 사정은 홀아비가 잘 안다라는 말인데,

수표사기꾼을 잡기 위해 전문 수표사기꾼을 이용하거나,

도둑놈을 잡기 위해 전문도둑을 이용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흔히 볼 수 있는 데

바로 이는 바로 유유상종의 진가(?)를 그대로 잘 활용한 것이 아니겠는가.

  


(대승사 목조아미타설법상/ 좌측 상단 2번째가 목견련존자)

  

부처님의 10대 제자로 신통 제일로 불리며, 지옥까지 내려가

 어머님을 구한 효자로 알려진 목건련에 대한 전생담을 설한 경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다.

폐마시목련경(弊魔試目連經)인데 일명 마요란경(魔繞亂經)이라고도 한다.

이 경은 오() 월지국(月支國) 거사 지겸(支謙) 한역 것으로, 경을 보면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분기국(焚祇國) 묘화산(妙華山) 공구(恐懼) 부락 사슴 동산에 계셨다.  

그때 현자(賢者) 대목건련(大目乾連)은 어두운 밤에 거닐다가 평탄한 길을 거닐어 돌아왔다.

그때 악마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스스로 철경(徹景:透光)으로 화()해 목건련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현자 대목건련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내 배는 무엇 때문에 우레 소리를 내며, 마치 주린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진 것 같은가.

 나는 방에 들어가 삼매(三昧)에 바로 들어 그 원인을 관찰하리라.'

그리고는 곧 방에 들어가 삼매에 들어 그 몸을 관()하였다.

그리하여 악마가 철경(徹景)으로 화해 뱃속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곧 말하였다.

악마야, 어서 나오라. 여래와 그 제자를 희롱하지 말라.

장차 긴 밤 동안 고통을 받아 편안하지 못하고, 나쁜 곳에 떨어지리라.”

악마는 생각하였다.

'이제 이 사문은 일찍이 나를 보지도 못하였고

또한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거짓말을 지어

(악마야, 어서 나오라. 여래와 그 제자를 희롱하지 말라.

장차 긴 밤 동안 고통을 받아 편안하지 않으리라)고 한다.

바로 그 스승인 큰 성인 세존도 나를 알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그 제자이랴.'

목건련은 말하였다.

나는 네가 지금 마음에 생각하는 것을 안다.

'그 스승인 큰 성인도 나를 알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그 제자로서 내가 있는 곳을 알랴'하는구나.”

악마는 두려워하면서 '이 사문은 이미 나를 알았구나' 하고,

곧 몸으로 화해 나와 그 앞에 섰다. 목건련은 악마에게 말하였다.

나는 먼 과거 구루진(拘樓秦) 부처님 때에 진한(瞋恨)이라는 악마였었고,

내게 누이가 있어 그 이름을 암흑()이라 하였는데, 그때 너는 그녀의 아들이었으니,

그러므로 나는 네가 내 생질(甥姪)인 줄을 안다.

그때 부처가 있어 세상에 나왔으니, 이름은 구루진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이었다.~후략(後略)~

 

악마는 부처님을 속일 수는 있지만,

악마가 악마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인데 바로 유유상종의 위력이다.

무능력에, 패륜적 행위에다 위법까지 행하면서도

오로지 <네 편> <내 편>만 갈라 옹호하는 유유상종(類類相從)

간특한 꾼들만 활개를 치는 작금의 정치와 사회상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이유취(物以類聚)라는 이 성어(成語)의 동의어로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 있고

 또 물각유주(物各有疇)’, ‘물각유류(物各有類)’, ‘방이유취(方以類聚)’,

물이군분(物以群分)’, ‘각종기류(各從其類)’ 등이 있다.


'삶 속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착왜구(土着倭寇)  (0) 2020.04.12
비구의 거리 방뇨  (0) 2020.04.11
꿈속에 만난 스님 이야기   (0) 2020.02.17
경자(庚子)년 새해에  (0) 2020.01.01
건달(乾達) 이야기  (0) 2019.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