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乾達) 이야기

2019. 2. 12. 22:39삶 속의 이야기들

건달(乾達) 이야기

오래전의 이야기다. 내 초등학교 시절이니, 아마도 4~50년 전의 이야기다.

 코흘리개 동무 중에 <건달(建達)>이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이라 <건달>이라는 말의 그 의미를 몰라

 건달아” “건달아하고 불렀지만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헤어졌다가 내가 대학교에 다닐 무렵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이름이 달라져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부친은 스님이었는데 파계(破戒)를 하고 환속(還俗)하신 분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그의 이름을

 뜻을 굳건히 세우고, 부처님의 참 진리를 바로 깨달아 통달하라.라는 의미로 지었다는데

그 의미가 세속의 나쁜 의미로 들려, 놀림을 자꾸 받아 개명했다고 한다.


(석가모니에게 청하는 라훌라)

부처님도 싯다르타 시절 사문유관(四門遊觀)에 나타나듯이

 인생의 근본 문제, 생로병사의 <()>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할 그때 아들이 태어나자

자식의 이름을 라훌라(Rahula)라 지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얼마나 양호한 이름인가.

라훌라의 의미는 <장애(障礙)>, <악귀(惡鬼)>라는 의미다.

 출가는 해야 하는데 장애가 생겼다는 의미다.

야차 곧 악귀가 붙었다는 의미인데, 훗날 라훌라는 성장하여

사리풋다의 지도를 받아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밀행(密行) 제일 일인자가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자식이나 부모가 있으면 감히 출가라는 생각을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미륵산 용화사에서)

건달바는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사는 하늘나라의 신인데,

그는 고기나 밥은 먹지 않고 향()만 먹고 살며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를 하는 존재다.

이밖에 중유 상태의 존재를 건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사람의 생을 본유(本有), 사유(死有), 중유(中有), 생유(生有)의 네 단계로 나눈다.

중유의 몸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서 새로운 생명을 받아 태어나는데,

죽어서 다시 환생하기 전까지의 불안정하고 허공에 뜬 존재 상태를 중유라 한다.

건달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뜻이 이러하므로

건달이란 한마디로 존재의 뿌리가 불확실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야차)

@건달이란 말은 원래 불교의 건달바 (乾闥婆;gandharva) 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건달바는 4가지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데,

건달바는 건달박(乾達縛), 건달바(健闥婆), 언달바(彦達婆), 건답바(乾沓婆), 건답화(乾沓和)라고도 하며,

식향(食香), 심향행(尋香行), 향음(香陰), 향신(香神), 심향주(尋香主)로 의역하기도 한다.

건달바의 그 4가지 의미를 살펴보면,  


(서호 영은사의 다문천왕)  

첫째, 긴나라와 함께 제석천(帝釋天)을 모시면서 음악을 담당하는 천신(天神)을 가리킨다.

심향신, 악신(樂神), 집악천(執樂天)이라고도 하며,

 팔부중(八部衆)의 하나이다. 전설에 따르면 술과 고기를 먹지 않으며 오직 향기만을 먹고 산다고 한다.

이들은 원래 브라만교에서 숭배하던 여러 신 가운데 하나로서, 이들에 관한 신화는 매우 많다.

 그 모습에 대해서는 몸에 털이 많다고도 하고,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이라고도 하며,

혹은 풍모가 아름답다고도 한다. 불교 경전에서는 많은 경우에

그를 동쪽의 지국천(持國天)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동방을 수호하는 신으로 간주한다. 또 관음보살의 33응화신(三十三應化身)의 하나로 본다.



(남미륵사 금강야차)

둘째, 욕계(欲界)의 중음신(中陰神)을 가리킨다.

불가(佛家)에서는 사람의 생을 본유(本有), 사유(死有), 중유(中有), 생유(生有)의 네 단계로 나눈다.

중유의 몸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서 새로운 생명을 받아 태어나는데,

 죽어서 다시 환생하기 전까지의 불안정하고 허공에 뜬 존재 상태를 중유라 한다.

이 경우에는 건달박이라는 음역을 주로 사용한다.

욕계의 중생이 죽고 나서 신식(神識)이 아직 새로운 육체를 얻기 이전인 중음신의 상태에서는

오직 향기만을 먹으므로 이렇게 부른다.


(천마산 수진사)

이 가운데 복이 적은 자는 나쁜 향기를 먹으며, 복이 많은 자는 좋은 향기를 먹는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마늘, , 부추, 달래, 아위(강렬한 냄새가 오래가고 맛은 매우며, 씹으면 작열감이 나는 채소의 하나)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채소라 양념으로도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으며,

또한 세속의 제례음식에도 고추, 마늘, 파를 양념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천마산 수진사) 

아비달마구사론 阿毘達磨俱舍論에 따르면 임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임신이 가능한 상태여야 하고, 부모의 육체적 결합이 있어야 하며,

 건달바가 있어야 하는 3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건달바는 전생에 지은 업의 힘으로 생겨난 눈을 통하여 비록 멀리 있으면서도

그가 앞으로 태어날 곳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결합을 볼 수 있으며,

남자가 되고자 하면 어머니가 남자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는 것에 의존하고,

여자가 되고자 하면 아버지가 여자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는 것에 의존한다고 한다.


(보타강사의 금강야차)


셋째, 서역(西域) 지방의 풍속에서 광대를 가리킨다.

그들은 왕후를 섬기지도 않고 생업을 영위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음식의 향기만을 찾아 그 집 문 앞에 가서

기예를 보여주고는 음식을 구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보타강사의 금강야차)

넷째, 건달바신왕(乾闥婆神王)을 가리킨다.

그는 미수가(彌酬迦), 미가왕(彌迦王), 건타(騫陀), 아파실마라(阿波悉魔羅)

어린아이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15 귀신을 제압하여 태아와 어린아이를 수호한다.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하여 이 신왕을 본존으로 삼아 거행하는 불공을

동자경법(童子經法) 또는 건달바법(乾闥婆法)이라고 한다.

우리말의 '건달'이라는 말은 이 건달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원주 미륵산 용화사)

그런데 지금은 건달이란 말이 아무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리며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이나, 깡패처럼 길거리의 헤집는 어깨들을,

또 가진 밑천을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원주 미륵산 용화사) 

요즘은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도 부족하여 일하고 싶어도 일할 직장이 없고,

나이든 사람들은 하던 일도 정년에 묶여 쫓겨나기 일쑤다.

그런데도 돈 많은 부모를 둔 자식들은 펑펑 놀면서 부모의 재산으로 해외 골프 관광이나,

비밀 사교 클럽이나 유흥업소를 찾아다니면서 춤과 노래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하고 지내니

이들을 신세대 건달로 불러야 할까?

아니면 신세대 야차로 불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