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밤비 소리를 들으며 되새겨 보는 원각경 보안보살장

2019. 9. 4. 20:59경전과교리해설

가을밤 밤비 소리를 들으며 되새겨 보는 원각경 보안보살장 

 

느닷없이 비가 내린다. 가을장마라고 한다. 예전에 그런 비가 있었던가.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13호 링링도 북상 중이라고 한다.

태풍의 위력도 10년 전 수도권 일대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와 버금간다고 한다.

추석을 앞둔 농가에는 수심이 깊을 것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도 한심할 정도다.

이러니 민초들의 살림살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도 팔팔 살아 있는 것은 정치권뿐이다.

 온종일 들려오는 소리 진보니, 보수니,

니당 네당 하면서 편갈라 아옹다옹 지 잘났다고 떠도는 소리뿐이다.

정직한 나라 일꾼을 가린다는 청문회도 들을수록 칙칙한 소리뿐이다.

모두들 기회를 잡았다고 <> 를 외치고 있다.

하긴 성경도 나 외에 다른 신을 믿지 말라고 한다.

불전도 천상천하에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고 한다.

아베도, 트럼프도 제 나라 제 국민을 앞세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 를 외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일까? 나라는 무엇이며, 도대체 <> 는 누구일까?

부질없는 세속의 일이라 무심했던 내 마음이 추적추적 내리는 밤빗소리에 괜스레 고개를 든다.

 <오늘의 일을 밝히려면 본래 면목을 잃어버린다

(若明今日事 眛却本來人)>는 말이 떠오른다.

 <원각경>보안보살장을 뒤적이며 마음 되잡아 본다.

(와우정사) 

<원각경 보안보살장>

四大各離(사대각리) 今者妄身(금자망신)

當在何處(당재하처) 卽知此身(즉지차신)

畢竟無體(필경무체) 和合爲相(화합위상)

實同幻華(실동환화)

 

사대가 각각 뿔뿔이 흩어지면 이제 허망한 몸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곧바로 알지어다

이 몸은 마침내 자체가 없으니

화합하여 형상이 이루어졌으나

실제로는 환으로 된 것과 같도다

 

(설악산 화암사 고행상)  

四緣假合(사연가합) 妄有六根(망유육근)

六根四大 (육근사대) 中外合成 (중외합성)

妄有緣氣 (망유연기) 於中積聚 (어중적취)

似有緣相 (사유연상) 假名爲心 (가명위심)

 

네 가지 인연이 거짓으로 모여서

허망하게 육근이 있게 되었다.

육근과 사대가 안팎으로 모여서 이루어졌는데

허망하게 인연의 기운이 그 안에 쌓이고 모여서

흡사 인연의 모습이 있는 듯한 것을

거짓으로 이름하여 마음이라 한 것이다.

 

(법성포 부용전의 고행상) 

善男子 (선남자)

此虛妄心 (차허망심) 若無六塵 (약무육진)

則不能有 (즉불능유) 四方分解 (사방분해)

無塵可得 (무진가득) 於中緣塵 (어중연진)

各歸散滅 (각귀산멸) 畢竟無有 필경무유

緣心可見 연심가견

 

선남자여

이 허망한 마음이 만약에 육진이 없으면 있을 수 없고

사대가 분해되어 흩어지면 경계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니라

그 가운데서 인연과 경계 티끌이 각각 돌아가서 흩어져 버리면

필경에 인연의 마음도 볼 수 없으리라

 

(캘커타 고행상/밀양 영산정사) 

善男子 (선남자)

彼之衆生 (피지중생) 幻身滅故 (환신멸고)

幻心亦滅 (환심역멸) 幻心滅故 (환심멸고)

幻塵亦滅 (환진역멸) 幻塵滅故 (환진멸고)

幻滅亦滅 (환멸역멸) 幻滅滅故 (환멸멸고)

非幻不滅 (비환불멸) 譬如磨鏡 (비여마경)

垢盡明現 (구진명현)

 

선남자여

저 중생의 허깨비 몸이 없어지기 때문에 허깨비 마음이 없어지고

환심이 없어지기 때문에 허깨비 티끌이 없어지고

환진이 없어지기 때문에 환의 멸함도 없어지느니라

환의 멸함이 없어지기 때문에 비환은 없어지지 않나니

비유하면 마치 거울을 가는데 때가 사라지면 밝음이 나타나는 것과 같으니라

 

(함양 마애사 고행상) 

원각경(圓覺經)은 마음의 본래 성품을 깨달아

그 원만한 깨달음을 실행하도록 강조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는 경전으로

12명의 보살이 차례로 나와서 세존과 문답을 통해

원각(圓覺)의 청정한 경지와 그 경지에 도달하는 수행법을 밝히고 있다.


(와우정사의 고행상)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원각경(圓覺經)

 693년 북인도의 승려 불타다라(佛陀多羅)의 한역본이나,

이것의 산스크리트어 원본이 없어 중국에서 만든 위경(僞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 경은 1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2장은 석가모니가 12 보살과 문답한 것을 각각 1장으로 하여 구성한 것이다.

보안보살장은 제2장과 3장에 해당한다.

보안보살장(普眼菩薩章)에서는 중생들이 원각을 증득 닦고 증득하기 위해

어떻게 사유하고 주지(住持)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설하고 있다.

보안보살의 보안(普眼)은 관세음보살의 자비의 눈(慈眼)으로 일체중생을 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체를 갖춘 것을 보법(普法)이라 하고, 보법을 관하는 것을 보안(普眼)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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