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통한 귀감(龜鑑)의 글(1) 영불리신(影不離身)

2019. 2. 5. 21:29삶 속의 이야기들


(계림 이강)


고전을 통한 귀감(龜鑑)의 글(1)  영불리신(影不離身) 


영불리신(影不離身)은 그림자는 몸을 떠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이는 자신의 허물이나 어떤 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요즘 회자하는 내 탓이요.”라고 하는 말이나,

불교 화두에서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과 그 취지가 일맥상통하는 의미다.

쉽게 말해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여기지 말고

내 안의 허물부터 살피라는 것인데 그 출전도 참 재미가 있다.

세계 4대 성인으로 추앙되는 공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 살펴보자.



(계림 의강연)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숲을 거닐다가 잠시 쉬는데,

제자들은 책을 읽고 공자는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그때 한 어부가 강가에 배를 매어 두고 와서 자로(子路)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오?”

()나라의 군자입니다.”

어부는 공자의 가계(家系)를 물었다.

옆에 있던 자공(子貢)이 공씨 집안이라고 대답했다.

어부가 다시 물었다. “공씨가 치세를 했었소?”

자로가 대답을 못 하자 자공이 대답했다.

공씨 집안은 충성과 신의가 있고 인의를 행했으며,

예악에 정통하여 위로는 군주에 충성을 다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교화하며 장차 천하를 이롭게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씨의 치세입니다.”

영토를 가진 군주요?”하고 어부가 다시 묻자

아닙니다.”라고 자공이 대답했다.

제후의 보좌를 하는 신하요?” 어부가 다시 묻자

아닙니다.”라고 자공이 답했다.

그러자 어부가 말했다.

어질긴 하지만 아마 그 몸에 닥칠 화는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함부로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수고롭게 해서

진실한 성품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오호라, 도에서 멀리 떠났구나.”

자공이 돌아와 이 말을 공자에게 전하자,

공자가 어부에게 가서 가르침을 구하자 어부가 말했다.


(중국 요산)

지금 그대는 위로는 임금이나 재상의 권세도 없고,

아래로는 대신이나 어떤 벼슬도 없으면서 멋대로 예의와 음악을 꾸미고

인륜을 정하여 백성을 교화하려 하고 있으니,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오?”

이어 어부가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여덟 가지 허물(八疵)

네 가지 근심거리(四患)를 이야기해 주자 공자가 슬피 탄식한 후,

재배하고 일어나며 말했다.

사실 저는 노나라에서 쫓겨나고, (), (), ()

여러 곳에서 한결같이 난처한 경우를 당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중국 요산)


어부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그대는 참으로 깨닫지 못하는구려.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이것들로부터 떠나 달아나려 하였소.

그런데 발을 자주 놀릴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졌고,

빨리 뛸수록 그림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소.

그는 자기가 더디게 뛰기 때문이라 생각하고는

쉬지 않고 질주하다가 결국 기력이 다하여 죽어 버리고 말았다오.

그늘 속에 있으면 그림자가 없어지고,

가만히 있으면 발자국도 그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니

심히 어리석다고 할 것이오.”

(人有畏影惡跡而去之走者, 擧足愈數而跡愈多,

走愈疾而影不離身. 自以爲尙遲, 疾走不休, 絶力而死.

不知處陰以休影, 處靜以息迹, 愚亦甚矣.)」』


(계림 양강사호)


어부는 공자에게 자신의 진실함을 지키고

명예 같은 외물(外物)에 끌리지 않도록 하라고 충고한 것인데,

이 이야기는 장자(莊子) 어부(漁父)〉》에 나온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영불리신은 그늘 속에 있으면

그림자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림자를 없애려고

빨리 뛰기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허물이나

어떤 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발자국을 싫어한다는 뜻의 외영오적(畏影惡跡)’

또는 그림자를 두려워하여 달아난다는 뜻의 외영이주(畏影而走)’라고도 한다.

 

(계림 이강)

영불리신(影不離身)은 개인은 물로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영에도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귀감의

글이다. 어부가 말한 여덟 가지 허물 곧 팔비(八疪)  

첫째,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 억지로 하는 것을 총()이라 한다.

(非其事而事之, 謂之總.)

둘째, 살펴보지도 않고 천거하는 것을 영()이라 한다.

(莫之顧而進之, 謂之佞.)

셋째, 남의 뜻에 영합하여 말을 하는 것을 첨()이라 한다.

(希意道言, 謂之諂.)

넷째,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말하는 것을 소()라 한다.

(不擇是非而言, 謂之謏.)

다섯째, 남의 잘못을 즐겨 말하는 것을 참()이라 한다.

(好言人之惡, 謂之讒.)

여섯째, 사귐을 막고 친한 사이를 떨어지게 하는 것을 적()이라 한다.

(析交離親, 謂之賊.)

일곱째, 거짓으로 남을 칭찬하거나 헐뜯는 것을 특()이라 한다.

(稱譽詐僞以敗惡人, 謂之慝.)

여덟째, 선악을 가리지 않고 얼굴빛을 꾸며 남의 뜻을 좇는 것을 험()이라 한다.

(不擇善否, 兩容頰適, 偸拔其所欲, 謂之險.)

 

이 여덟 가지 허물은 밖으로는 사람을 어지럽게 만들고,

안으로는 몸을 상하게 하므로 군자는 (이런 자들과) 벗하지 않고

명군은 (이런 자들을) 신하로 삼지 않는다.

(此八疵者, 外以亂人, 內以傷身. 君子不友, 明君不臣.)



(계림 양강사호)


<네 가지 근심거리(四患)>

첫째, 큰일을 도모하면서 법을 고쳐 공명을 내세우려는 것을 도()라 한다.

(好經大事, 變更易常, 以掛功名, 謂之叨.)

둘째, 자기 지식만 옳다 하고 남의 견해는 무시하며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것을 탐()이라 한다.

(專知擅事, 侵人自用, 謂之貪.)

셋째, 잘못을 보고도 고치지 않고 간언을 듣고도 더욱 심해지는 것을 흔()이라 한다.

(見過不更, 聞諫愈甚, 謂之很.)

넷째, 다른 사람이 자기 생각과 같으면 괜찮다고 여기고

자기와 다르면 선해도 선하지 않다고 하는 것을 긍()이라 한다.

(人同於己則可, 不同於己, 雖善不善, 謂之矜.)



계림 상공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