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6. 22:08ㆍ국내 명산과 사찰
가벼운 나들이 수락산 매월정으로
한글날 아침, 하늘을 보니 영 찌뿌둥하다.
딱히 가고픈 곳도 없고 해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수락산으로 갔다.
수락산은 그저 언제 어느 때나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카메라와 물병 하나만 챙기고 집을 났다.
지난번 해남 두륜산 산행의 여파도 있고 해서 산행이라기보다는
그저 나들이 겸해서 코스도 가볍게 매월정으로 잡았다.
코스가 짧다 보니 크게 힘들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매월정 바로 앞 봉우리에 다다르니 산꾼들도 제법 있다.
아침을 거르고 나왔는지 정오도 채 아닌데 벌써 식사를 하고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수락산을 처음 올라 온 사람들인가 보다. 내가 요 솔나무를 찍고 있는 데 내려가는 길을 묻길래 알려 주었더니
내려가지는 않고 이 솔나무를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잡는다. 초행이니 인증샷이겠지.
요즘은 어디를 가나 카메라 대신 스마트 폰 사진이 대세인가 보다.
그런데 홀연히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아니, 저놈도 나처럼 나들이 나왔는가. 나도 처도 보고 저도 날을 빤히 쳐다본다.
불행히도 나는 물밖에 가지고 온 것이 없어 던져 줄 것이 없다.
저 산 고양이와 오늘은 친구 되기 틀렸나 보다.
미국 식민지 속담에 「만약 주인 없는 길고양이와 친구가 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언제나 운이 좋을 것이다.」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오늘 나들이는 끝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운은 없는가 보다.
고양이가 언제부터 사람과 연관되었는지 찾아보았더니
길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게 된 것은 기원전 1500년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산을 헤매는 저런 길고양이가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이는 고양이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개나 늑대처럼 무리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무리의 보스나 주인을 인식하고 명령을 듣거나 함께 행동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쉽게 말해 고양이는 간섭받기 싫어하고, 독립적이면서도 섬세한 성격을 가진 데다
자기 영역을 중시하는 동물이라 환경의 변화도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개는 사람을 따르고, 고양이는 집을 따른다'라는 속설마저 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옛날에는 모든 고양이는 야생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해서 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 개 다음으로 고양이가 된 것 같다.
고양이가 야생에서 집으로 들어오면서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생겨났다.
@여자와 고양이는 자기가 좋을 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남자와 개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익숙해져야 한다.(로브트 A.하인레인)
@만약 개가 당신 무릎 위로 점프한다면 그것은 개가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고양이가 그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당신 무릎이 단지 다른 곳보다 더 따뜻하기 때문이다.(A.N 와잇헤드)
「고양이는 어떤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자기를 싫어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시인들은 말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지나 내나 우연히 만났을 뿐 싫고 좋고 할 것도 없다.
실없이 오락가락 하니 저 고양이도 졸린가 보다.
거북바위인가, 매월정의 이 코스를 오르게 되면 보는 바위인데..
매월정으로 끝으로 오늘 나들이는 끝이다. 하산 길. 허허 날이라도 맑았으면 좋았으랴만...
뭐 먹을 것 있다고..
가을 하늘 푸르다고 하는데 바위에 푸른 이끼만...
무리에서 떨어진 것인지, 홀로 온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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