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휴(浮休)선사 열반송

2018. 3. 24. 22:57선시 만행 한시 화두



(제부도의 일몰)



부휴(浮休)선사 열반송

 

七十餘年遊幻海 (칠십여년유환해)

今朝脫却返初源 (금조탈각반초원)

廓然空寂本無物 (확연공적본무물)

何有菩提生死根 (하유보리생사근)


칠십 년 꿈과 같은 바다에서 놀다가

오늘 이 몸 벗고 근원으로 돌아가네

텅 비어 적적하여 한 물건도 없나니

어찌 깨달음과 나고 죽음이 따로 있겠는가.

 

 

(쌍계사)


부휴선사(浮休禪師, 15431615)는 임제선사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선종의 골수 법맥을 계승한 분으로 속성은 김()씨이고 법명은 선수(善修)이며

호는 부휴(浮休)로 전북 남원출신이다. 부친의 이름은 적산(積山)이고

일찍이 신라 조정에 높은 벼슬을 지낸 대성이었지만 신라가 멸망하면서

가족도 몰락하여 서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씨이다.

 자식이 없음을 근심하다가 부부가 함께 서원하기를 만약 자식을 얻으면 출가시키겠다고

길가에 있는 한 奇石에 자식을 얻기를 기도했는데

어느날 저녁 꿈에 한 신승이 하나의 둥근 구슬을 주자

이것을 받아삼키고 임신을 하였다.

선사가 태어난 해는 중종 38(1543) 계묘(癸卯)2월이었다




(불암산에서)



광해군 6년 경인(庚寅)에 선사는 72세가 되어 송광사로부터 쌍계사 · 칠불암으로 갔는데,

이는 입적할 땅을 정하기 위함이었다.

다음 해 7월에 가벼운 병증세를 보이더니 수좌 벽암각성(碧巖覺性)을 불러 간절히 법을 부촉하고,

111午時에 목욕을 마치고 시자를 불러 지필을 가져오도록 하여 지은 것이 위의 게송이다.

 

(‘七十三年幻海에 노닐다가 오늘 껍질을 벗고 初源으로 되돌아간다.

 廓然空寂하여 원래 一物도 없거니 어찌 菩提와 생사의 뿌리가 있으랴.’)

 

쓰기를 마치고 조용히 열반에 드시니 이때 선사의 나이는 73, 법랍 57세였으며

 저서로는 <부휴당대사집>이 있다. 문인들이 영골(靈骨)을 수습해

이것을 나누어 해인(海印), 송광(松廣), 칠불(七佛), 백장(百丈) 네 곳에 부도를 세웠다.

이 일이 있은 지 5년 후에 광해군이 홍각등계(弘覺登階)’ 라는 시호를 내렸다.



넉두리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건만

앵무새처럼 노닐다가 한 세상 다 갔네.

깨어보면 꿈인 줄 모를리 없건만

가련타, 이내 중생

해가 뜨니 오늘도 어제 길을 걸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