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소가 바다밑을 간다.

2018. 1. 7. 12:19선시 만행 한시 화두


(삼천포항에서)


진흙소가 바다밑을 간다.

~고봉 원묘선사~

 

海底泥牛含月走(해저니우함월주)

巖前石虎抱兒眠(암전석호포아면)

鐵蛇鑽入金剛眼(철사찬입금강안)

崑崙騎象鷺鶴牽(곤륜기상노학견)

 

바다밑의 진흙소는 달을 품고 달아나고

바위 앞의 돌호랑이는 새끼안고 졸고 있다.

쇠뱀은 금강안을 뚫고 들어가는 데

곤륜산은 코끼리를 타고 해오라기와 학이 끌고 있구나.


(천문산)

 

중국 남송시대 고봉원묘(高峰原妙:1238~1295)선사의 선시(禪詩).

(고봉원묘선사에 대해서는 본방 중국고승들의 이야기 간화선의 고승 고봉원묘선사참조)

선시(禪詩)는 언제 보아도 모두 난해(難解)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닭쫓던 개 소 처다 보듯 넘어가기 일수다.

고승들의 화두(話頭)를 의제로 하여 수행 참구하는 것을 간화선(看話禪)이라 한다.

간화선 수행은 실참실오(實參實悟)하는 것이 요체다.

이는 마치 선사들의 말씀처럼 천길 낭떠러지를 걷는 것과 같아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 발을 들면 병통이 생긴다. 마치 무협지에서 흔히 회자하는 말

주화입마(走火入魔)의 병통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선시란 본래부터 풀이를 하지 않고 직관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병통을 막기 위해 많은 가르침들이 있지만 그 중 회자하는 10가지만 간추려 적어본다.

 

(칠갑산에서)


의 알음알이를 짓지 말며

不得作有無會(불득작유무회)

眞無로 생각지도 말고

不得作眞無之無卜度(불득작진무지무복도)

道理로써 이해하려고 하지 말며

不得作道理會(불득작도리회)

意根下를 향해서 사량하고 계교하지도 말며

不得向意根下思量卜度(불득향의근하사량복도)

눈썹을 치켜올리고 눈을 깜박이는 데서 캐내려고 하지도 말며

不得向揚眉瞬目處(불득향양미순목처타근)


(중랑천에서)


語路上에서 活計를 짓지도 말며

不得向語路上作活計(불득향어로상작활계)

일 없는 갑옷 속에 드날려 있지도 말며

不得揚在無事甲裏(불득양재무사갑이)

화두를 들어 일으킨 곳을 향하여 알려 하지 말며

不得向擧起處承當(불득향거기처승당)

문자로써 이끌어 증명하지 말며

不得文字中引證(불득문자중인증)

어리석음을 가져다 깨닫기를 기다리지 마라

不得將迷待悟(불득장미대오).


(칠갑산에서)

 

위의 선시는 선()에 문외한(門外漢)이지만 사찰을 찾을 때 자주 되새겨보는 것이라

눈 밝은 이의 질타와 쇠물매를 각오하고 허튼 알름알이 이지만

귀동냥 눈동냥 한 것을 참고로 하여 감히 사족(蛇足)에 사족을 달아 본다.


(숭산 소림사의 달마상)

 

첫구의 <바다밑의 진흑소>

어둡고 깊은 바다 속과 같이 짙은 무명 속에 오온이 공한 바스러지기 쉬운 육신을 이끌고

 어리석음의 구렁텅이에 빠져 살아가는 중생을 의미하는 것 같고

<달을 품고 달아난다>는 말은

허공에 원융한 밝은 달을 바로 처다 못하고 강에 비친 달을 건지려고

달려가는 그런 어리석음을 질타한 것이고,

2귀의 <바위 앞의 돌 호랑이>

산 중에 왕인 호랑이가 늙어서 눈이 멀고 귀가 멀어 종이 호랑이가 되듯

밝은 지혜를 잃어버린 아둔한 중생을 의미하며

<새끼를 안고 졸고 있다>는 것은

집안에는 보물이 가득 쌓여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고 거리로 동냥 나가듯

내 안의 부처를 두고 남의 말이나 밖의 우상에 메달리는 것을 질타한 의미하며,

3귀의 <쇠뱀>

내 알음알이에만 메달리어 뒤돌아 갈 줄 모르는 간특한 뱀처럼 살아가는 어리석은 중생을 의미하며

<금강안을 뚫고 들어간다>는 것은

궤변이나 망상과 같은 삿된 견해로 참된 불법(佛法)의 진리를 해()하는 것을 의미하며,

마지막 4구의 <곤륜산이 코끼리를 탄다>은 말은

전설의 땅 불사(不死)의 선녀 서왕모가 산다는 서방의 낙토(樂土)를 들어가듯

위없는 최상의 법문을 득하고 큰 깨달음을 얻는 것(大悟)을 의미하며

<해오라기와 학이 끌고 있다>는 것은

처처(處處)가 도량이요, 물물(物物)이 부처 아닌 것이 없다.

삼라만상이 선불장(選佛場)이 아닌 것이 없다는 말과 같이 모든 상()을 벗어나

입불이법(入不二法)한 초월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

우매(愚昧)한 자의 이런 어리석음의 글을 눈밝은 諸賢님들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

더욱 더 수행정진(修行精進)하여 父母未生前一大事

활연대오(豁然大悟) 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