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벗 삼아 한밤을 보낸다

2018. 2. 25. 21:34넋두리




술잔을 벗 삼아 한밤을 보낸다

~현림~

  

해도 지고 달도 진

밤 별빛마저 돌아선

 

빈방 홀로 앉아

묵은 마오타이와 마주한다.

 

대문 열어두어도

오는 이 하나 없어

 

침묵을 안주 삼아

어둠만 씹고 또 씹어 본다.

 

맞은편 아파트

스며 나오는 희미한 불빛

 

허기진 영혼

삶의 불빛을 찾는 이 저기 또 있구나.

 

밤의 어둠은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손에 던 이 잔은 본래 빈 잔이었나

어느새 딸랑거리는 마우타이 병

 

네 놈 속은 어떤가 헤집고 뜯어보니

병 속에서 튀어나온 유리구슬 두 쪽

 

낯설은 이국땅 구석진 벽장 속에

내몰래 숨어있었단 말인가.

진흙 속의 연꽃마냥

 

허기사 세상살이 별난 일 많다지만

네 없으면 오늘따라 뉘와 벗하랴.

 

빨리 비워야 속이 편하다고

그래서 나보란 듯

어느새 네놈이 먼저 속을 비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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