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승들의 이야기) 간화선의 고승『고봉원묘(高峰原妙)화상』

2018. 1. 6. 22:15조사어록과 잠언


(중국 운남성의 토림)


(중국고승들의 이야기) 간화선의 고승고봉원묘(高峰原妙)화상


@고봉원묘화상은 南宋말기에 태어나 나라 초기까지 격변기 시대를 보낸 고승으로

남송 가희2(1238) 중국 소주(蘇州) 오강현(吳江縣) 출신이다.

속성은 서()씨이며 법명은 원묘(原妙)이고, 법호는 고봉(高峰)이다.

고봉스님은 육조혜능 문하 23대이며, 임제문하 17대 적손이 된다.

스스로는 고봉이라 불렀고, 사람들은 그를 고불(古佛)이라고 했다.


(고봉원묘선사 좌상) 

고봉선사는 15세에 밀인사에서 출가해 16세 때 구족계를 받고, 18세에 천태교학을 공부했다.

어려서부터 앉을 때 가부좌 틀기를 좋아했고 천태교를 익히다

20세 때 선을 배우기 위해 항저우 정자사(淨慈寺)에 들어간 스님은

단교묘륜(斷橋妙倫)스님 으로부터

 태어날 때에는 어디서 오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生從何處 死從何去)라는 화두를 받고

밥 먹고 잠자는 것을 잊을 정도로 화두에 몰두했다고 한다.

‘3년 안에 깨닫지 못하면 죽겠다는 각오로 수행했지만 진전이 없자 스님은 다시 1260

북간탑에 주석하고 있던 설암조흠(雪巖祖欽)을 찾아가 법을 물으려다 몽둥이를 맞고 쫓겨나온다.

재차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더니 무()자를 참구하라 하여 이를 참구,

정진에 여념이 없었는데 어느 날 조흠이

무엇이 너의 송장을 끌고 왔는가?”(拖死屍句子)하고 몽둥이로 쳤다.

이러기를 몇 차례 거듭하면서도 용맹스레 정진을 계속하였다.

또 어느 날 밤 꿈에 화두에 대한 의심이 번쩍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다 소림기일(少林忌日)에 대중을 따라 삼탑(三塔)에 나가 독경을 하다

머리를 들어 문득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의 영정에 쓰인 찬게(讚偈)를 보았다.

 

백년 36천일을 (百年三萬六千日)

반복하는 것이 원래 이놈이다.(返覆元來是遮漢)

 

이 구절을 읽은 순간 별안간

죽은 송장을 끌고 다니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화두가 타파되었다 이때 나이 24살 때였다.

그리고 마침내 1271년 임안 용수사에서 잠자던 도반이 떨어뜨린 목침 소리를 듣고 활연대오했다.


(소림사)

 

1279년 남송이 멸망하자 스님은 천목산(天目山)으로 들어가

서쪽 봉우리 옆에 가파른 절벽에 사자암(獅子庵)이라 불리는 사자처럼 생긴 바위 서편에 있는

동굴에 사관(死關)을 세운 뒤 스님은 문도들의 시봉도 마다하고,

몸을 씻지도 머리를 깎지도 않고 이틀마다 한 끼의 밥을 먹으면서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했다.

세간의 살림보다 일대사(一大事)인연을 해결하는 것만이 스님의 관심사였다.

 전란을 피해 대중들이 산문을 떠나도 홀로 남아 선정에 들었고,

스승인 설암선사가 불러도 가지 않고 편지만 전했을 정도니 깊고 높은 구도심을 짐작할 수 있다.

 

15년간 사관을 떠나지 않지만, 스님의 덕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스님을 친견하기 위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법을 이은 제자는 100명이 되지 않았지만 계를 받은 출재가가 수만에 달했다고 한다.

<개당보설>을 보면 반야를 배우는 보살들이 일대사를 반드시 밝히고자

산 높고 물 깊은 것도 꺼리지 아니하고 일부러 찾아와스님을 친견했다고 한다.

사다리 없이는 올라오기 힘든 이 동굴 안에서 스님은 조사의 가르침을 전했다.

몰려드는 많은 선객들은 삼관(三關)이라는 관문으로 지도했는데,

세 가지 물음에 답하지 못하면 입실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원묘고봉선사의 실중삼관(室中三關)이라 한다.

 

1. 태양은 비추지 않는 곳이 없거늘

어찌하여 조각구름의 가리움을 받는가?

2. 사람마다 자신의 그림자와 한 치도 떨어지지 않거늘

어찌하여 그 그림자를 밟지는 못하는가?

3. 온 지구가 하나의 불덩이거늘

어떤 삼매를 얻어야 소각을 당하지 않겠는가?

(高峰和尙禪要 室中三關 其二十九)


(숭산)

 

스님은 사관에서 15년간 수행하다가 129512월 세수 58세 법랍 43세로 앉은 채 입적(入寂)했다.

유저(遺著)로는 고봉원묘스님의 선요(禪要)인데

이는 "의 요체"에 대한 설법집이다. 고봉스님의 를 깨친 후 20여 년간 설법했던 것을

시자 持正이 기록하고 직옹거사가 편집하여 선요(禪要)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29장으로 되어있으며 "큰 뜻(大志)을 세워 玄關 을 꿰뚫을 것"本旨로 한다.

 

참선수행의 지침서라 할 수 있는 선요(禪要)

고봉원묘(高峰原妙:1238~1295)의 어록 상권에 수록되어 있는 법문모음집이다.

실참실오(實參實悟)하는 간화선 공부의 요체를 설해 놓은 것으로

과거 전통강원의 이력과목 중 사집(四集)의 한 과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강원에서 교재로 쓰인 때는 조선시대 벽송지엄(碧松智嚴:14641534) 禪師에 의해서 이다.

벽송지엄스님은 지리산의 벽송사와 동굴석굴로 유명한 서암정사를 중창하신 분으로 잘 알려진 스님이다.


 

1) 고봉원묘스님의 열반송

 

와도 사관에 들어오지 않았고 來不入死關

가도 사관을 나가지 않는다. 去不出死關

쇠뱀이 바다를 뚫고 들어가 鐵蛇鑽入海

수미산을 쳐서 무너뜨린다. 撞倒須彌山


(소림사탑묘)

 

2)고봉스님이 남긴 대표적인 선시 4수를 소개한다.

 

@녹음 짙은 숲 그늘 여름날은 길고 긴데 綠樹陰濃夏日長

누대 그림자가 연못에 거꾸로 밝혔네. 樓臺倒影入池塘

수정발이 흔들리니 미풍이 일어나고 水晶簾動微風起

줄기 뻗어 한껏 자란 장미 온 절이 향기롭다. 滿架薔薇一院香

 

@도를 베우는 마음 밝은 거울과 같아 學道之心似明鏡

먼지 하나 묻으면 제 모습 잃게 된다. 纖塵才染便忘形

툭 트여 본래 모습 비춰져 나오면 廓然照出娘生面

한 줄기 푸른 연기 청산을 감싸리라. 一簇靑烟鎖翠屛

 

@도 배우는 건 물 거슬러 배 젓는 거와 같으니 學道如撐逆水舟

삿대질 힘 기울려 떠내려 안가도록 篙篙着力莫隨流

홀연히 발 헛디뎌 몸이 거꾸러지면 忽然失脚飜身去

차가운 강물 속에 조각달을 밟으리라. 踏斷寒江月一鉤


@맑은 못에 독룡이 천년을 서려 있어 澄潭千載毒龍蟠

산을 무너뜨리고 강을 뒤엎는 걸 누라 보랴. 倒岳傾湫誰解看

당장 한 칼로 두 동강이를 내니 直下一刀成兩段

허공이 부서지고 해골이 바짝 말랐네. 虛空粉碎髑髏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