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30. 20:10ㆍ삶 속의 이야기들
정유년(丁酉年) 한 해를 보내며
몸과 마음은 이미 하루하루가 세월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는 나이인데
무심한 세월은 정유년이란 한 추(錘)를 또 올려놓는다.
삶이란 나이가 들면 세월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그날그날을 사는 것이라고 말 하지만
이 한 해도 굽은 허리 꼿꼿하게 펴 보지 못하고 또 넘겨야 하는가 보다.
처다 보면 더 멀리 보이고 내려다보면 아득한 것이 삶인데 라고 자위하면서도
납월이 되면 마음속에 일렁이는 그 미련은 무엇 때문일까.
지나보면 미련이나 후회되지 않은 삶이 있던가?
도대체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삶의 환희, 그 기쁨이란 것이 존재해야 한다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는 말인가?
삶의 터널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생각해 보고 다시 생각해 보는 화두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정유년 이 한 해. 이래저래 분망(奔忙)했지만 딱히 한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기억하라면 불자(佛子)랍시고 나름대로 산사를 찾아
어설픈 만행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 이 한 해의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인적 드문 산사에서 말없는 석가모니불에 참배하고,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을 염송하면
마음속으로 무언가 뿌듯한 느낌을 느낀 적도 있지만
저무는 이 한해의 늦은 밤 홀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니
옛 고승들의 말처럼 「송장을 타고 바다를 건너려는 것」 과 같은
부질없는 짓만 한 것이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쉽게 생각하면 한 세상 사는 것 뭐 그리 어려우랴만은
짧은 인생에 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우리네 중생들의 삶이 아니던가.
순연(順緣)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분노하고 짜증스러웠던 날들.
무심으로 살아야 한다 하면서도 슬픈 일 보다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그 바램.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라는 옛 시인의 말.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그 말이 새삼스러운 말도 아니건만
정유년 이 한 해 시간의 터널을 지나면서 또 되씹어 보게 되는 것은 무슨 궤변인가.
매년 새 해를 맞으면 가슴속에 유토피아의 그림을 그리지지만
정작 납월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면 언제나 회오(悔悟)의 바람과 천둥소리만 나지 않았던가.
이 한 해도 지난해와 다를 바 없이 또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넘기나 보다.
「於事無心 於心無事」 이라 하지만 변덕스러운 마음은 일을 만들고,
일은 마음을 옭아매고 있지 않은가.
삶의 길과 도(道)의 길을 다르지 않은 데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마음은 분별의 안개 속에서 비틀거리게 된다.
허공에 달은 밝은데 나만 홀로 어두운 방안에 앉아 또 한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닌지.
흐르는 깊은 밤여울에 생각의 배를 띄어 본다. 그러면서도 바보 같은 또 한 생각.
밝아 오는 무술년(戊戌年)새해는 내 삶에 무언가 밝은 한 소식이 나오겠지... 하고.
.....
한 해 동안 어눌한 제 불방을 찾아주신 제현(諸賢)님들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지도편달을 바라오며
강녕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玄林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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