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닭띠 새해 아침에 부치는 글

2016. 12. 31. 21:53삶 속의 이야기들

정유년 닭띠 새해 아침에 부치는 글

 

흐르는 세월 유수(流水)와 같다더니 정말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병신년 새해가 어제 같은 데 어느 새 한 해가 흘러 정유년(丁酉年) 닭띠 새해가 되었다.

새해에는 자기의 영달만을 위해 약삭빠르게 시류(時流)에 영합만 하는

잔나비와 같은 그런 한 해가 되지 말고 서로 서로를 이해하고 허물도 덮어주는

겸양의 미덕이 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닭에 얽힌 고사를 한담(閑談)해 본다.


(교자도/ 국립중앙박물관) 


닭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친숙한 가금류(家禽類)중 하나이면서

새벽을 알리는 영물(靈物)로 닭의 울음소리는 귀신을 쫓는 벽사(闢邪)의 기능을 있다고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신성시 여겼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정월 원일(正月元日)에 항간에서는

벽 위에 닭과 호랑이의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나기를 빈다는 기록이 있고,

상원일(上元日) 풍속에 새벽에 우는 닭의 울음이 열 번이 넘으면 풍년이 든다고 하였다.

 

삼국사기삼국유사의 김알지(金斡智)의 탄생담에 의하면,

 “신라왕이 어느 날 밤에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호공(瓠公)을 보내어 알아보니 금빛의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

그래서 그 궤를 가져와 열어보니 안에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는데,

이 아이가 경주 김씨(慶州金氏)의 시조가 되었다.”고 하는

박혁거세의 설화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도 있다.


(중국 의강연에서)

 

중국계림을 여행하다보면 요족과 묘족이 사는 의강연이란 풍경구를 들리게 되는데

그곳에는 닭은 재물을 가져다주는 신물(神物)로 여기고 숭배하여

커다란 닭의 조상(彫像)을 세워둔 것을 볼 수 있는데

닭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상하귀천(上下貴賤)을 가리지 않고

우리 생활에 많은 풍요를 베풀어 준 가금류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닭대가리>, <촌닭 관청에 온 것같다>느니 하는 말로

 비하하는 말에도 닭을 인용하기도 하지만

자기의 직분을 천직(天職)을 알고 오로지 그 신의(信義)를 지키는 유일한 동물이 닭이다.

여기에 얽힌 이런 고사가 있다.


(자웅화벽/벽상벽)

 

고려가 원의 간섭을 받고 있을 때, 매 사냥을 즐겨 하던 원의 황실이 매를 공물로 요청하자

응방(鷹坊)을 설치했는데 대략 1275년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1283년에는 제도화되어 응방도감이 여러 곳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영릉조(永陵朝)에 응방(鷹坊)에 예속된 아전이 일찍이 닭을 매의 먹이로 주었는데,

매가 닭의 한쪽 날갯죽지를 뜯어먹어서 거의 죽게 된 것을 전대 속에 넣어 두었는데,

닭이 아침에 이르러 전대 속에서 우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충목왕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마침내 응방을 폐지했다고 한다.

닭이 아침에 우는 것이야 천성이지만 죽어가면서도 그 천성의 신의를 지켜

아침을 알리려고 자루 속에서 울었다는 사실이 비록 미물이지만

그 신의(信義)에 왕이 감복하여 마음이 움직여 응방을 폐지하게 하는 데 이르렀던 것이다.

이이야기는 여말 선초 쌍매당(雙梅堂) 이첨(李詹 1345~ 1405)의 문집인

쌍매당협장문집(雙梅堂篋藏文集)에 나온 이야기로 <동문선>에도 실려 있는 이야기다.


(금계도/국립중앙박물관)

 

조선후기 유학자 하달홍(河達弘:1809~1877)은 한시외전(漢詩外傳)을 인용하여 지은

 축계설(畜鷄說)에 닭을 예찬하는 글에 이런 말이 있다.

 

옛사람은 닭이 오덕(五德)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이요,

발에 며느리발톱이 있으니 무(). 적을 보면 싸우니 용()이요,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이다.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이다.또 이르기를

알을 품는 것에서 함양하는 이치를 깨닫고, 부리로 쪼고 알을 안는 데서 변화를 관찰하면서

뜻을 깃들이는 방편으로 삼는다.고 했다.

 

마음이야 오덕(五德)을 모두 갖추어 나 보란 듯이 떵떵거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이 한 해는 우리 모두가 맑고 향기로운 삶을 위해

()과 신()만이라 조탁(雕琢)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투계도/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