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의 전생 이야기

2017. 8. 6. 10:08붓다의 향기


(보타낙가산 보타강사의 관음도)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의 전생 이야기

 

아득히 먼 옛날 인도 남쪽에 마열바빌국이라는 조그만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에 장나(長那)라는 장자가 살고 있었는데 마나사라 라는 미인을 부인으로 맞아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결혼 한지 10년이 지나도록 자식이 생기지 않아

 천묘신전을 찾아가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제석천이여, 하늘의 모든 천신들이여, 저희 부부를 굽어 살피시어 귀한 옥동자를 점지해 주소서.

만일 저희에게 자식을 점지해 주신다면 무한한 덕과 복을 쌓도록 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들을 돌보게 하겠나이다."

 

하고 매일 매일을 간절하고도 정성스러운 기도를 올렸다.

천신이 감응해서인지 그들 부부는 마침내 아들을 낳았고, 3년 뒤에 또 한명의 아들을 낳았다.

둘째 아이가 나이가 좀 들자 장나장자는 관습에 따라

마을에서 이름난 선인(仙人)을 청하여 두 아들의 장래 운명을 보아달라고 청했다.

 

두 아이를 유심히 바라 본 선인은 어두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 두 아이는 재주도 뛰어나고 건강하게 크겠지만 다만 한 가지 불행한 것은

두 아이가 일찍 부모를 여의게 될 운명입니다. 그러니 큰 아이 이름은 조리(早離)라고 하고,

작은 아이는 속리 (速離)라 지으면 혹 액땜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조리와 속리란 말은 중생의 고통을 일찍, 빨리 벗어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일찍 부모를 여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보타낙가산의 오백나한탑)

 

선인의 예언을 들은 이들 부부는 중생의 고통을 일찍 벗어난다는 좋은 의미로만 생각하고

이는 곧 크게 부귀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이겠지 하고 가볍게 여겼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아이들이 무탈하게 자라고 부부에게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조리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 마나사라는 갑자기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선인의 예언이 그대로 일어난 것이다. 그날부터 장나장자는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혼자서 어린 두 형제를 돌보아야 했다. 그러나 내내 슬픔 속에서만 살 수 없는 일.

사랑하는 두 아들을 위해 그리고 홀애비로 두 자식을 키우는 모습을 측은하게 여겼던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못이겨 장나장자는 바라장자의 딸을 새 아내로 맞아들였다.

새엄마도 장나장자의 마음을 알고 정성으로 아이들을 잘 돌보았음으로,

장자의 집안은 옛처럼 안온을 되찾아 단란하게 살아가는 듯했다.


(보타낙가산의 오백나한탑의 비천상)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그것도 잠시 일뿐, 나라에 거듭 가뭄이 들자 기근(飢饉)이 들어닥쳐

식량을 구하기가 힘이 들었다. 장나장자도 가족들이 먹을 식량을 구해 오기 위해

값나가는 물건들을 챙겨 이웃나라로 길을 떠났다.

처음 아이들을 잘 돌보았던 새어머니는 식량을 구하면 바로 돌아올 것으로 알았던 남편이

한 달이 지나고 또 달이 바뀌어도 소식도 끊어지고 돌아오지도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문득 새엄마는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토록 소식이 없으니 혹시 죽은 것이 아닐까.

영영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 혼자서 어떻게 저 두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며 살아가지?

그렇다면 늦지 않게 나도 내 살길을 찾아야겠지.

두 아들이야 생각하면 불쌍하게 지만 사실 내가 낳은 자식도 아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가 아니지, 아니지 그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냐 하고 남편이 돌아 올 날만 학수고대 했다.

그러나 남편의 소식은 날이 갈수록 깜깜하고 집안 살림은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불안한 생각에 젖어 보내다가 기울어져가는 집안 살림을 보자

새엄마는 마침내 두 아이들을 아무도 모르는 섬에 버리기로 작정하고 뱃사공 한 사람을 매수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조리와 속리에게 먹을 것이 많은 좋은 섬으로 놀러가자고 유혹하여

아이들을 안심시킨 뒤, 배에 태워 이름 없는 남쪽의 한 섬에 도착하여 아이들을 내려놓고는

 배사공과 함께 빈 배로 돌아가 버렸다.

낯선 곳이라 처음에는 아이들이 신기하여 여기저기 해안을 따라 뛰어다니며 놀다가

배가 고파 어머니를 찾아보니 새엄마는 물론 사공도 배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조동종의 효시로 일컫는 혜악스님이 오대산의 관음상을 모셔가려다 풍랑으로 내린 보타낙가산 해변에 세운 정자)

 

"엄마! 엄마!" 하고 두 아이들은 애절하게 불러보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파도소리 뿐이었다.

먹을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인고도에서 조리와 속리는 굶주림에 시달리며

밤에는 추위와 두려움에 떨면서 몇날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 급기야 기근과 탈진에 기진맥진하였다.

비몽사몽간에 조리와 속리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환영을 보고

이제는 세상을 하직해야 되나 보다는 생각에 조리는 속리를 붙들고 일어서서 조용히 속삭였다.


(보타낙가산 봍긍거관음 원통보전에 모신 백의관음)

 

속리야,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 당부하셨단다.

그런데 훌륭한 사람이 되어 보지도 못하고 어머니 곁으로 가게 되는구나.

속리야, 우리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지금 죽을지라도 혼일망정 성현이 되고 보살이 되자.

그리하여 고통 받는 이들의 의지처가 되어 그들을 구제하자꾸나.

세상에는 부모를 잃은 우리와 같이 된 아이들이 얼마나 많겠느냐.

우리는 그들에게 부모의 모습을 나투어서 감싸주고 의지가 되어주며,

또는 어린이의 몸을 나타내어 친구가 되어주자.

세상에는 우리처럼 헐벗고 굶주리는 이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부자의 몸을 나타내어 의복과 양식을 주자.

그리고 이 넓은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조난당하는 자가 얼마나 많겠느냐.

우리는 죽은 다음 이 섬의 높은 산에 머물면서 그들을 수호하고 구제하자꾸나.

또 모든 나라 중생들 중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자가 얼마나 많겠느냐.

우리는 그들 앞에 부처의 몸을 나타내어 구제해주자.


(불긍거관음 관음전에 모신 금동 관음상)

 

또 벽지불, 성문, 범왕, 제석. 자재천, 대자재천, 천대장군, 비사문천,

소왕,장자,거사,재관,바라문을 만남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는 이가 있으면 그러한 몸을 나타내어 구제해주고,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를 만나야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이가 있으면 그러한 몸을 나타내어 구제해주자.

 또 병고에 신음하는 자에게는 약왕신의 몸을 나타내어 병을 낫게 해 주고,

흉년이 들어서 굶주리는 자에게는 오곡과 잘 익은 과일을 주어 구제해주자...”

 

그리고 조리는 지가의 옷을 찟어 피로서 이같은 32가지 서원을 적은 다음

나뭇가지에 걸어놓고는 속리를 꼭 끌어안고 숨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해가 바뀌어 아버지 장나장자가 집에 돌아와 이 소식을 듣고는

 울분을 참지 못해 새엄마를 쫓아내고 무인도에서 두 아들의 시신을 찾아 고이 장례를 치루웠다고 한다.



(보타강사 관음전의 관음불)



(보타낙가산 최고봉 불정산 혜제사의 관음불)


(요산의 대세지보살) 

이 장나장자는 바로 석가모니의 전생이었고, 그의 큰 아들 조이는 관세음보살의 전생이었으며,

동생 속이는 대세지보살의 전생이라고 한다.

 새엄마였던 후처는 부처님을 시기하고 반란을 일어켰던 제바달다의 전신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극락전에는 아미타삼존을 보시고 있는 데 이는 아미타불은 지지이문(悲智二門)을 상징하고,

관음보살은 자비문(慈悲門), 대세지보살은 지혜문(智慧門)을 상징한다.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는 관음보살의 이마 위에는 아미타불을 봉안하고,

대세지보살은 이마 위에 보병(寶甁)을 봉안하고 있는데

대세지보살의 보병 안에는 온갖 지혜광명이 가득하고 두루 부처님의 일(佛事)을 상징한다. 고 했다.

<보은기(報恩記)>에는 대세지보살의 보병은 막중한 부모의 은혜를 표현하기 위햐여

 전생의 부모유골을 넣었다고 하며, 이렇게 부모님 유골을 보병 안에 모신 것은

지금 만나는 모든 이들이 전생의 부모임을 깨우쳐주기 위한 메세지라고 한다.



위의 설화는 <관음본연경(觀音本緣經)>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전생 인연담을 편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