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6. 20:47ㆍ국내 명산과 사찰
바람 불어 좋은 날 오이도에서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이다. 그러나 겨울날씨답지 않게 그리 차지 않은 날씨다.
1월 들어 두 번째 맞는 일요일 그냥 집에 있기가 무료하여 카메라만 달랑 들고 집은 나섰다.
늘 그렇듯 가벼운 나들이는 전철을 타러가면서 방향을 정하다. 이 습관은 예년과 달라지지 않았다.
옛 버릇은 쉽게 바꾸어지지 않나 보다. 개찰구에 들어서서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들릴까,
오이도로 갈까 망설이다가 오이도로 정했다. 새로 단장도 했다고 일전에 들은 것 같기도 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오이도로 정하고 나니 바람 부는 날 옛적 내 고향 동해바다에서 듣던 파도소리와
끼럭끼럭 우는 바닷갈매기 소리가 새삼 듣고 싶어진다.
집 가까이는 7호선 라인이 다니고 있어 이수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탈까 하다가
아예 4호선 라인인 노원역으로 바로 갔다. 지루한 시간을 지나 오이도에 도착했다.
날은 여전히 흐리고 바람만 불고 있었다.
오이도는 몇 번 다녀온 터라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이 옛적 그대로 모습이다.
변한 것은 몇 개의 조형물을 세워둔 것이 고작이다.
그런대도 오이도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먹거리 때문인가.
나처럼 파도소리 갈매기 소리가 그리워서 일까.
오이도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빨강등대가 저 멀리 보인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쫓아 갈매기들이 끼럭끼럭 소리 지르며 몰려든다.
예나 지금이나 갈매기 울음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걷기가 무료하여 셔터를 눌러 본다. 뷰파인더를 통해 보면 흔한 피사체도 새롭게 보인다.
흐르는 시간도 뷰파인더로 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명암도 조절하고 색조도 보정할 수 있을텐데...
흐리고 바람 부는 오늘 하루 나 홀로 오이도에서 갈매기 벗 삼아 잊혀진 옛 고향생각에 젖어본다.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은
왠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바람 따라 그저
멀리 떠나고 싶다.
흔들이는 나뭇잎 소리도 그립고
출렁이는 파도 소리도 그립다.
인생살이 흔들리며 산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바람에 흔들리고
파도에도 흔들리고 싶은
그래서 나는 오이도 간다.
갈매기들 노니는 오이도로 갔다.
빨간 등대가 보이는
흐리고 바람 부는 날에2
먼 옛날의 동화처럼
시간의 동굴 속에
묻어버린 추억의 편린들
오늘따라 왠지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 고향 그곳으로 가고 싶다.
푸른 동해바다
흰 거품 내뿜으려
일렁이는 파도소리하며
허공에 날개짓하며
끼럭끼럭 울어대는
갈매기 소리가 그립다.
회색 갯벌위에 내려앉은 갈매기처럼
바위를 벗어나지 못한 고둥의 향수처럼
긴 세월 허물어진 추억의 담장을
한 장 한 장 쌓으며
잊혀진 고향생각 더듬어 본다.
짙어가는 겨울의 한 자락을 밟고
갈매기 울음 따라
파도소리 바람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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