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 07:53ㆍ삶 속의 이야기들
(청양 칠갑산에서)
화호유구(畵虎類狗)
크리스챤은 하느님을 숭배하고 불자들은 부처님을 숭배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숭배하는 신은 바로 돈이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신처럼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생태가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에 안달한다.
그래서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된다.
과정이 어떠했던 간에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삶의 가치에 대한 인식 또한 그렇다.
그러나 세상은 묘하게도 우리가 바라는 만큼의 욕심을 채워주지도 않는다.
옛 말에 화호유구(畵虎類狗)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 비슷한 것을 그린다는 의미인데
우리들의 삶이 바로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세상 사람들치고 자기가 그리고 싶은 자화상을 그렸다고 자부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삶의 진정한 가치 평가는 그리고 싶은 호랑이를 잘 그렸다고 해서 높이 평가되는 것도 아니고
잘못 그려 개를 그렸다고 해서 비난이나 지탄을 받는 것도 아니다.
삶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정해진 목적지가 없는 여정과 같기 때문이다.
단거리 경주라면 누가 먼저 도달했느냐에 따라 등수가 결정되지만 여정은 등수를 매길 수 없다.
그럼으로 삶의 여정은 결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대통령을 꿈꾸었지만 마을의 이장이면 어떻고, 태기업의 CEO를 바랬지만 구멍가계 사장이면 어떠랴.
산을 오르는 길은 많지만 정상은 하나이듯 사람마다 그리고 싶은 자화상은 다르지만 그 정상은 행복이 아니겠는가.
내 자화상이 재주가 없고 요령이 없어 호랑이가 아니고 개를 그렸지만 그러면 어떠랴.
세상에 부끄러움 없이 거짓 없이 잔재주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걸어왔다면
화호유구(畵虎類狗)가 된들 무슨 허물이 되겠는가.
추적추적 내리는 초겨울 밤비 귀전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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