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0. 21:12ㆍ명승지
강변의 추심(秋心) 소양강에서
지난 일요일 춘천에 일이 있어 들린 길에 잠시 짜투리 시간을 빌어 강변으로 나갔다.
소양강처녀상도 흐르는 강물도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데 일렁이는 쌍철교의 그림자가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온다.
강바람이 유혹하는 속삭임 때문인가. 한적한 강변길에 한 무리의 자전거 드라이버들이 화들짝 소란스럽게 지나간다.
강변을 따라 나도 걸어본다. 강변의 버들은 한철 더위에 지친 몸 그대로 늘어질 대로 늘어져 있고,
가을빛에 그슬은 검붉은 잎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흐르는 저 강물처럼 금년 가을도 이렇게 소리 없이 지나가나 보다. 가을여행 한번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하늘을 보니 하늘빛도 별로다. 10월의 유리알처럼 맑은 파란 하늘을 기대하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런 허멀근 하늘보다는 차라리 뭉게구름이나 낀 날 이였으면 어울리는 풍경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날은 속된 말로 카메라 빨도 잘 안 듣기 때문이다.
소양강처녀가 있는 이곳은 춘천에 올 때마다 들리는 나의 포트존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걸어 보았다.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에 따라 걸음을 옮겨보았다.
강변이면 있을 법한 그 흔한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숲이 잠이 들었나 보다.
거미 몇 마리가 거물을 치다가 지쳤는지 조용히 잎새에 쉬고 있다.
흉물스럽게 보였던 거미의 긴 다리가 오늘따라 참 앙상하게 보인다.
이 거미도 오늘은 마음을 내려 놓은가 보다.
간간히 오가는 사람들, 소산한 가을바람에 얹혀 찬찬이 비쳐오는 숲의 반영 따라
소리 없이 안으로 안으로 생각의 여울이 흘러간다. 추심(秋心)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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