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그리 살다 가는 거지

2013. 9. 23. 06:54넋두리

 

 

(제부도)

 

그리 그리 살다 가는 거지

                       ~현림~

 

한 세상 살다가

속절없이 가는 인생

부귀공명 등졌다고

업이니 숙명이니 탓하지 말게나.

 

아침에 핀다고

고운 꽃이요

저녁에 피었다고

추(醜)한 꽃이던가.

 

피고 지는 꽃들은

말이 없는데

입이 길어 귀에 걸고

하루를 안달하는 중생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마지막 인생 길

다를 게 무애 있는가.

 

기어가도 그 자리요

뛰어 가도 그 자리인데

남들 입방아에 춤을 추며

안달하며 살아갈 것 없다네.

 

가다가 힘이 들면 바위에 등 기대고

슬픔에 옷 젖으면 솔바람에 말려가며

얼룩진 마음의 때 강물에 헹구면서

 

괴로우면 괴로운 데로

기쁘면 기쁜 데로

그리 그리 살다가

그리 그리 가는거지

뾰쪽한 답 있던가.

 

 

 

 

                                                                 

♬ 귀소/김영동)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심(愁心)  (0) 2013.09.26
가을의 비련(悲戀)   (0) 2013.09.24
바위3  (0) 2013.09.17
웃으며 살아야죠.   (0) 2013.09.13
낙화암(落花巖)  (0) 201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