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옥순봉 구담봉 기행(2/2)

2013. 4. 20. 23:11국내 명산과 사찰

 

 

 

단양 옥순봉 구담봉 기행(2/2) 비내리던 날에

 

장회나루터에서 옥순봉과 구담봉의 들머리인 계란재까지는 승용차로 고작해야 1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다.

계란재에 오르니 소강상태였든 비는 완전히 그쳤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해야 한다.

얕은 산이요 짧은 코스라 걷는데는 떠날 때부터 산행은 큰 부담을 가지지 않았지만 비 온 뒤라서 

행여나 등로가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은 들었다.

내리는 비 때문에 장회나루에서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정오가 되어서야 계란재 이르탓에

계란재의 주차장은 이미 먼저 온 산악회팀들의 차들로 도로갓길까지 꽉 차 있다.

계란재의 주차장은 사실 주차장이라 하기는 너무 협소하다. 고짝해야 승용차 4대 정도 주차공간 밖에 없었으니..

할수 없이 우리도 도로변 갓길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계란재의 지킴터를 벗어나 10분 정도 걸어가니 포장도로는 끝나고 비포장의 등로가 나온다.

역시 비 온 뒤라서 예상대로 길은 진흙탕에 미끄러웠다.

신발에 달라 붙는 흙이 무게를 더한다.

 

지도를 보니 구담봉 길은 짧고 옥순봉 가는 길은 조금 길다. 먼 쪽을 택했다.

처음 보다 끝이 편한 것이 좋을 테니.

 

30분 정도 걸었나.. 옥순봉과 구담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옥순봉을 올라 다시 여기로 돌아와 구담봉으로 가야한다.

그늘진 길은 질퍽한 데 그래도 능선길은 조금 말라서 다행이다.

 

 

 

능선의 옆길로 잠시 내려와 바라보니 옥순봉의 기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옥순봉)

 

위의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벙진년화첩>에 나오는 옥순봉이다.

옥순봉(玉筍峰)은 단양 8경 중 하나인데, 제천시는 제천 10경 중 제 8경으로 자랑하고 있다.

옥순봉을 두고 다툼이 있는 모양이다. 일찌기 퇴계 이황선생이 단양군수로 재임(1548) 할 때

기녀 두향이 옥순봉을 단양군에 속해 줄 것을 간청하여 퇴계 이황선생이 청풍군수에게 이를 청하였으나

거절하자 단애를 이룬 석벽에 <丹丘洞門(단구동문))이라 새겨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단양군은 옥순봉을 자기네 단양 8경의 하나로 배속하고,

제천시는 제천 10경 중 제 8경으로 지정하여 자랑하고 있다.

단양군이든 제천시든 누구의 관할이 된들 옥순봉은 예나 지금이나 그자리에 있는 명승지일 뿐인데... 

 

 

옥순봉이라 이름짓게 된 동기는 퇴계 이황선생이 옥순봉의 단애를 이룬 석벽이

마치 비온 뒤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순과 같다고 한 것에 유래한다고 한다.

연산군 때의 김일손은 <동국여지승람>에서 이중환은 <산수록>에

뛰어난 경치를 칭송한 기록이 있다고 하니

옥순봉은 예나 지금이나 명승지인 것은 분명하다.

 

옥순봉 하면 퇴계 이황선생과 기생 두향이의 러브스토리를 아니 할 수 없다.

이황선생이 풍기군수를 거처 몸이 쇠약하여 안동으로 낙향하여 살고 있을 때

난과 매화를 즐겨하는 두향은 이황선생의 시인 묵객(墨客)으로 연을 맺고 지냈는 데

1570년 69세의 나이로 퇴계 이황이 돌아가자 사모의 정이 깊었던지 두향은 강선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부자탕을 마시고 죽었다고 한다. 그때 나이가 26세라 하니

두향의 슬픈 러브스토리가 베어있는 곳이 바로 여기 옥순봉이다.

두향의 묘는 옥순봉 맞은 둥지봉의 위 쪽 말목산에 있다.

단양문화보존회에서는 매년 5월 5일에 두향을 기리는

추모제 행사를 열어 이를 기린다고 한다.(본방 <기생 두향 이야기> 참조) 

 

옥순봉 가는 능선에서 바라 본 풍경이다.

오른쪽 거북등처럼 솟은 봉이 구담봉이고 그 뒤 아스란히 보이는 것이 제비봉이며

그 능선의 왼쪽에 솟은 봉이 아마도 가은산 같다.

 

옥순봉 바로 아래 기암이다.

 

바로 한 시간 전에 내가 머물던 장회나루터를 떠난 유람선이 유유히 충주호를 따라 유람하고 있다.

비가 그친 지금쯤 저 유람선을 탔더라면 멋진 옥순봉의 기암들을 올려다 볼 수 있었을 텐데..

 

 

 

 쉬엄쉬엄 걷다보니 옥순봉 정상에 닿았다.  느린 거름이라 해도 족히 한시간 반 이상이나 걸렸다.

옥순봉(玉筍峰)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하며 해발 286m의 기묘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구담봉 바로 뒷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찍이 퇴계 이황선생도

암벽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것 같다하여 옥순봉이라 이름짓고

암벽에 단구동문(丹邱同門)이라 각명(刻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단구는 단양의 옛이름이다.

 

 

 

단구동문은 은유적으로 신선들의 세계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무막대기 하나로 세운 정상석 아니 정상목인가. 알려진 명승지의 정상석 치고 너무 초라하다.

주변이 온통 바위들인데 그 흔한 바위를 아니 쓰고..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옥순대교다. 충주호의 물빛은 언제나 코발트색이다.

 

 

 

 

옥순봉을 내려와 구담봉으로 돌아 갈 시간이다. 계곡과 능선을 조망해 본다.

 

 

옥순대교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구담봉 맞은 편의 둥지봉의 기암

 

지도에서는 삼거리에서 구담봉까지 30분 거리라 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오르고 내리고 하니 족히 한 시간 이상이다. 저 멀리 가야할 구담봉에 흰구름이 미소를 짓는다.

 

구담봉이 이제 눈에 들어온다. 담봉(龜潭峰) 은 정면으로 보이는

기암절벽 암형(岩形)이 거북모양을 닮았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 모양을 띠고 있어 구담(龜潭)이라 이름했다 한다.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白衣宰相) 이지번(李之番) 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여

구담의 양안에 비학(飛鶴)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 불렀다고 한다.

 

 

충주호 수상관광의 백미로 곱히는 구담봉을 두고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은 구담의 정경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고 한다.

 

碧水丹山界(벽수단산계)

淸風明月樓(청풍명월루)

仙人不可待(선인불가대)

怊悵獨歸舟(초창독귀주)

 

푸른 물을 단양의 경계를 이루고

청풍에는 명월루가 있다.

선인은 어찌 기다리지 않고

섬섬하게 홀로 배만 돌아오는가

 

 

 

 

 

 

 

 

 

 

 

 

 

 

 

구담봉 능선에서 바라 본 풍경. 장회나루터의 뒤봉이 바로 제비봉이다.

 

 

 

 

 

 

우측능선에서 바라 본 구담봉

 

좌측이 구담봉 맞은 편은 장회나루터

 

 

 

구담봉이다. 구담봉은 286m인 옥순봉 보다 조금 높은 해발 330m다.

옥순봉은 계란재인 들머리에서의 거리는 좀 길지만 오르기는 평이하고

구담봉은 거리는 짧지만 오르는 길은 좀 험하다.

철계단과 수직의 쇠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구담봉 정상. 정상석을 참 귀엽게 세웠다. 

구담봉 정상이다. 참 빡시게 올라왔다.

아래 사진은 구담봉을 내려올 때 마침 우리 뒤를 따른 모 산악회팀이 있어 망원으로 담았다.

 

 

 

 

조금 힘들긴 하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그리 험악한 코스는 아니다. 그런대로 오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