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8. 20:18ㆍ국내 명산과 사찰
(거제도기행1)여명의 향기를 느끼며 거제(巨濟) 해금강(海金剛)에서
10년 전 외도를 가기 위해 해금강에 들른 적이 있었다. 당시 외도로 가는 선착장이 해금강포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일정에 없었던 해금강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비록 운무 속에 희미한 일출이었지만 10년 만에 찾은 해금강이 아니었던가.
사실 토요일 밤 통영에 내려올 때까지만 하드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이번 나들이는 배를 타고 장사도와 망산을 둘러보는 코스로만 알고 내려왔기에
해금강을 들리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남해의 무박 섬 기행은 으레 배를 타야했기에
통영 연안부두가의 솔밭에서 아침식사를 할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금강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일요일 새벽 5시 어둠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주차장에 이르니 주변은 가로등 불빛 외에는 어둠이 마을을 점령하고 있었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자 산악회에서 아침을 준비한다.
어둠이 조금씩 가시기 시작하니 주변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옛적 풍경과는 너무 많이 달라져있다.
무박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산악회에서 준비한 아침을 먹고 나니
시간의 여유가 생긴 모양인지 해금강의 풍경만 잠시 들러보라고 우제봉으로 안내한다.
옛적에는 없던 코스였다. 내려올 때 일요일 날씨를 알아보니
구름이 많다기에 섬에서 일출을 보기는 일정도 그렇지만 아예 포기한 상태라
무심한 마음으로 새벽길을 따라 나섰다. 우제봉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데
사자바위가 나오면서 이제사 옛날 보았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소슬한 가을 날씨 같은 이른 새벽, 한기가 옷깃을 스며들고 바다 내음이 코에 닿는다.
앞서간 일행이 “야, 일출이다.” 하는 소리에 귀가 번쩍뜨였다. 걸음이 나도 몰래 빨라진다.
전망대에 이르니 운무 속에 드러난 희미한 일출. 여명의 향기같은 일출이었다.
섬 주변은 어둠이 아직 떠나기를 망설이고 있다.
바다 위에 내려앉은 고요하면서 은은히 천상의 빛이다.
흐린 눈이 나래를 편다. 저 먼 바다 뒤의 세계로 마음이 달려간다.
우제봉 초입에는 남녘이라서 그런지 아쉽게도 동백이 벌써 지고 있다.
해금강에서 처음 맞이하는 동백꽃인데.... 아쉽다.
1971년 지방 명승지 2호 지정된 해금강은 마을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 두 개의 큰 섬을 말한다.
해금강 마을은 본래 명칭이 갈곶(串)마을이었는데 1995년 지방 조례로
도장마을과 함께 해금강 마을로 바뀌었다고 한다.
해금강은 멀리서 보면 3개의 봉우리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인데,
마치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과 같아서 원래는 ‘갈도(葛島)’라고 불렸다고 한다.
또한 ‘해금강’이란 이름은 섬이 마치 금강산의 해금강을 닮았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해금강은 뭇 사람들의 입에 회자하는 기암들이 많다.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십자동굴’, 만물상 같은 ‘석문’
이외에도 사자바위, 두꺼비바위, 쌍촛대바위, 미륵바위, 해골바위,
곰바위, 염소바위, 장군바위, 불새바위 등 옛적에 외도를 방문하면서 선상에서 본 갖가지 기암들이 생각난다.
해금강에서 충무에 이르는 해역은 모두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이 섬의 동쪽으로는 임진왜란 때 이충무공의 해전으로 유명한 옥포만이 있고
서쪽으로는 한산도와 접해 있다.
우제봉
우제봉(雨祭峯)에는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유래가 전해온다. 옛적에 없는 일이다.
지방문화재 발굴의 일환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만든 것인지도 몰라도 역사를 더듬어 보면,
고대 중국 제(齊)나라에 서불(徐巿) 또는 서복(徐福)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진시황28년 진나라의 방사(方士)로 있었는데 영생불멸의 야망을 가진 진나라 시황제는
서불에게 명하여 불로초(不老草)를 구해오도록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역사에 나와있다.
또한 중국의 고대전설에 의하면 상등반도 서쪽에 궁전 같은 신기루가 자주 떠올랐다고 한다.
그 방향이 동쪽이라. 해동성국에 불로초가 있다는 전설이 만들어지고
특히 봉래산(지금의 금정산)의 삼칠근(三七根), 방장산(지금의 지리산)의 백광로(白光露),
영주산(지금의 한라산)의 황칠목(黃漆木) 3개의 약초를 혼합하면 불로초(不老草)가 된다는 전설도 떠돌고 있었다.
그 전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몰라도 서불이 이곳을 찾았다면 아마도 불로초 하면 해동성국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서불은 시황제의 명을 따라 동남동녀(童男童女) 500여명을 거느리고 불로초를 찾아 항해를 나섰다.
그러나 첫 번째 항해는 실패하고 두 번째 항해에서 남해의 영악인 보타산
지금의 금산 산하 앵강만과 포구 백련포와 두모포에 기착 상륙하여
여기에서 수년간 사냥을 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상륙한 지점에는 암각문을 새겨 흔적을 남겨놓았다고 한다.
그 암각문은 단군세기의 가림문자와 유사한 상형문자로 추정되며,
그 중 하나가 여기 우제봉에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거제 해금강은 예부터 약초가 많아 ‘약초섬’이라고도 불렸던 곳이다.
서불은 동남동녀 500여 명과 함께 갈도(해금강의 옛 이름)에도 다녀갔는데,
해금강 서편에 500m 거리에 있는 이곳 우제봉(雨祭峯) 절벽 아래에
서불이 다녀갔다는 뜻의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글씨를 새겨 남겨두었다고 한다.
불행히도 1959년 사라호(sarah) 태풍 때 바람과 파도로 인해
그 암각된 바위가 떨어져 나가 지금은 흔적만 아스란 히 남아 있다고 하는 데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푸른 잎새로
곱게도 피워낸
여인내 속살같은
연분홍 꽃잎
풀어 젖힌
옷고름 꽃술
따스한 햇살에
정분이 났나
사향노루
향기풍기듯
길손을 유혹하는
분홍빛 연정
바다새도 피해가는
외로운 섬 소록도에
수집음도 벗어놓고
기다렸던 님이였나
농염짙게 웃음짓는
소록도의 동백꽃이여.
(소록도의 동백꽃/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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