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의 기연(奇緣)

2013. 1. 15. 21:45국내 명산과 사찰

 

수락산의 기연(奇緣)

 

 

 

 

 

 

 

 

 

 

 

 

 

 

 

 

 

 

 

 

 

 

 

 

 

 

 

 

 

 

 

 

 

 

 

 

 

 

 

 

 

 

 

계사년 첫 나들이 수락산 기행

계사년 1월 두 번째 일요일. 하늘은 잿빛이다. 전날 토요일 새벽 내린 눈이 많았다면 계방산으로 방향을 잡았을 텐데 내린 눈의 양이 별로였기에 마음을 바꾸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북한산으로 갈까하다가 집에서 한 시간 이상 전철을 타고 불광역에서 또 환승하는 것이 귀찮아 전철을 타러 나오면서 수락산으로 바꾸었다. 운무가 낀 날은 속된 말로 사진 빨이 잘 안 먹는 날이다. 그저 소일 삼아 하루를 보낸다면 어느 산을 간들 무슨 상관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가까운 산을 택했다. 늘 가는 코스 영원암 쪽으로 들머리를 잡았다. 눈 덮인 너와지붕의 귀틀집이 먼저 눈을 끈다. 언제가 이 광경을 멋지게 잡아보려고 했는데 여태까지 제대로 마음에 드는 한 컷도 건지지 못했다. 오늘도 포커스 잡아보지만 영 별로다.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할까.. 이래저래 망설이다 결국 포기했다. 뽀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난 아마추어다. 쉬엄쉬엄 산을 올랐다. 탱크바위를 지나 맞은 편 종각바위에서 낯모르는 진사님 한 분이 이야기를 걸어온다. 사진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이런 저런 사진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하강바위에 이르니 해가 저물었다. 아니 11시경에 산을 올랐는데... 지금 시간이라면 집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텐데.. 이제 수다 대신 걸음으로 산행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하강바위 뒤쪽 길은 인적이 드물었는지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푹푹 빠지면서 맞은편을 보니 자욱한 운무 속에 북한산 도봉산이 섬처럼 떠올라 있다. 기연(奇緣)이다. 십여년을 수락산을 올라지만 그것도 운무에 일몰에 이런 황홀한 경(境)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그야말로 선경(仙境)이다. 돌아가는 길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하강바위의 능선언덕이라 제대로 풍경을 잡기는 다소 불안한 위치였지만 그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언제 다시 이런 경(境)을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어둠이 길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하산을 서둘렀다. 밤눈도 어두운데..말을 타고 달리듯 서둘렀다. 수락산역 가까이 오니 다리에 쥐까지 내렸다. 완전 논스톱으로 눈길을 달리기 하듯 내려 왔으니...그래도 오늘 하루 수락산에서 이런 기연(奇緣)을 만났으니 행운이다. 비록 이방인과의 긴 이바구로 늦은 귀가가 되었지만 오늘 산행은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