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오봉

2012. 12. 26. 22:30국내 명산과 사찰

겨울 산행 도봉산 오봉

 

 

 

 

 

 

 

 

 

 

 

 

 

 

 

 

 

 

 

 

 

 

 

 

 

 

 

 

 

 

 

 

 

 

 

 

 

 

 

 

 

 

 

 

 

 

 

 

 

 

 

저무는 도봉산 오봉에서

 

四大가 空하고

오온이 주인 없는데

네 앞에 兀然한

그대는 누구인가

 

다섯 봉에 다섯 혹

네 일러 오봉인가

 

앞을 보니 자운봉이요

뒤를 보니 백운대인데

가운데 오뚝하여

네 일러 오봉인가

 

천지에 너 만한 이 없다고

갈 까마귀 울며 찾아들지만

발아래 용어천 계곡물

부질없다 흘러만 가네.

 

가을비 한 자락에

붉은 단풍 떨어지고

 

어둠의 날갯짓에

푸른 솔 찬 그림자

네 위를 스쳐가네

 

아서라, 오봉아

네 이름 잊으니

눈앞에 분명한 것

하늘 아래 오똑한

바위뿐인 것을.

 

 

 

 

 

 

 

 

 

 

 

 

 

 

 

 

 

 

 

저물어 가는 임진년 마지막달 도봉산 오봉 산행.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연이은 한파 속 나홀로 겨울산행이었다.

보문능선을 오르니 배낭 사이드에 곶은 물병도 얼었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조차 거세게 불었다.

쌓인 눈이 매섭게 날린다.

자운봉과 오봉 가는 갈림길을 벗어나니

이제는 카메라까지 얼어붙었다.

춥다 춥다했지만 정말 추었다.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여기까지 왔는데, 오봉의 설경을 담으러 왔는데...

마음이 갈래 길에서 오락가락한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임진년 마지막 산행인데.

오기를 품고, 카메라를 가슴에 품고 다시 오봉을 올랐다.

눈 덮인 오봉 멋지다. 흰 눈에 역광이라 회색의 모노로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얼어붙었든 카메라를 꺼내 작동해 보았다. 조금 풀린 모양이다.

한 커트 찍고는 다시 가슴으로 녹이고, 또 한 커트 찍고는 가슴으로 녹이고..

오봉을 내려오니 석양의 일몰이 도봉산을 물들인다.

자운봉, 만장봉, 신선대...

석양의 햇살은 언제 보아도 부드럽다.

갓 목욕시킨 어린아이 살결같이 향기 나는 고운 빛이다.

겨울 산 향취에 젖어 돌아 갈 생각을 잊었다.

이제는 하산해야 한다고 어둠이 독촉을 한다.

어느새 나뭇가지 사이에 반달이 떴다. 아직은 살이 오르지 않았다.

그 많든 산새들도 발길을 끊은 겨울산 도봉산

여린 달빛을 벗삼아 걸음을 옮겼다.

임진년 한해도 이렇게 저물어 가나 보다.

 

~임진년 12월 23일 몹시 추운날 도봉산 오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