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약불이(心若不異)

2012. 11. 10. 22:33삶 속의 이야기들

 

 

심약불이(心若不異)

 

어느 시골 스님이 상좌들을 데리고 서울나들이를 떠났다.

강남터미날에 도착하니 마침 피서 철이라 피서를 떠나는 여인들이 운집해 있었다.

한적한 산 속에서 적적하게 보냈던 스님이라 상반신을 거의 노출하다싶히 하여

오가는 반라의 여자들을 보자 눈이 휘둥거래져 넋 나가듯 쳐다보다

무심코 저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야! 저 여인들 좀 바. 어찌 저리 피부가 우유빛처럼 고운고.

거기다 풍만한 가슴에다 잘록한 허리하며…』

그러자 동행한 제자가 민망스러워 돌아서서 툭 한마디 던졌다.

『아니, 스님도 여자를 밝히십니까?』

그 소리를 들은 스님이 겸연쩍게 한마디 말했다.

『야, 금식(禁食)한다고 메뉴도 못 보냐?』

 

(마곡사 장승마을)

 

꽃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 없듯 색(色)에 대한 욕망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그래서 <42장경>에서 부처님이 이르시길 『거시기가 하나이길 망정이지 둘이라면 천하에 도(道) 닦을 사람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했던가. 허기사 거시기가 둘이라면 하나쯤은 언제나 외출(?)하려 했을 테니까..

 

(강천산 조각공원)

 

음식을 너무 먹어 배가 불러 거북해도 맛있는 음식을 보게 되면 눈길이 가고

탐욕이 전혀 없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찬란한 보석과 황금장식을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갖고 싶은 마음에 들뜨게 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그래서 <신심명(信心銘)>은

『미혹한 마음에는 고요함도 생기고 어지러움도 생긴다.

깨쳐야만 좋다고 여기는 마음, 밉다고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이 없어진다.』고 했다.

(미생적난(迷生寂亂) 오무호오(悟無好惡)

 

(도봉산 우이암)

 

우리의 마음이란 항상 무엇을 하던 언제나 교활하게 변명을 준비하고 있다.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색하지만 자기 행위에 대해서는

아주 논리적이고 상반되는 두 견해를 거침없이 만들어 내는 데는 인식하지 않다.

그것이 싫으면 싫은 이유를, 좋으면 좋은 이유를 아주 쉽게 그침없이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망심(妄心)의 장난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변명한다.

 

(갑사 연천봉에서)

 

그래서 신심명에 또 이르길

『한 마음에 두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만법이 한결같이 일여하게 된다.』고 했다.

(심약불이(心若不異) 만법일여(萬法一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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