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나들이, 만추의 끝자락 도봉산에서

2012. 11. 5. 21:24국내 명산과 사찰

 

짧은 나들이, 만추의 끝자락 도봉산에서

 

11월의 첫 휴일 아침. 하늘은 잿빛이다. 천둥 번개친다며 요란을 떤 온다는 비는 아직 내리지 않는다. 어제 불암산을 왔다가 들린 대학동기들과 함께 모처럼 마신 출기운 탓인가. 몸이 영 개운치 않다. 컴을 열어 날씨를 찾아보니 오후부터 내린단다. 가볍게 움직여 볼까. 마음이 몸을 꼰덕인다. 어디로 갈까. 내게 제일 만만한 곳이 수락과 도봉산. 수락은 매년 다녀 보아도 단풍이 별로다. 방향을 도봉으로 정했다. 내 걸음으로 계산하면 문사동 계곡까지만 갔다가 오면 비 오기 전에 귀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추(晩秋)의 끝자락인데... 그러면 어떠랴. 금강사 앞 계곡 단풍이 들면 풍광이 참 멋졌는데 .. 아직 조금은 남았을까. 작은 기대감으로 집을 나섰다. 준비물이야 고작 물병 한 개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니 달리 간식을 준비할 것도 없다. 일찍 귀가해야 할테니.

도봉산 입구를 들어서니 왼쪽 계곡에서 푸드득 산까치 소리가 들린다. 옳지! 오늘은 너하고 친구해야겠다. 문사동 오르는 길을 잠시 접어두고 산까치를 찾아 나섰다. 요놈들은 사람 인기척에 참 민감한 놈들이다. 한 두해도 아니건만 바람난 처녀 내숭떠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한 자리에 잠시도 간만히 앉아 있지를 않는다. 오뉴월 개구리 뛰듯 인기척만 나면 후닥닥 날아가 버린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왜 그리 무서워하는지..그러니 고놈이 변덕을 부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높은 나는 새도 날은 새는 내려앉아야만 하니까.

서두를 것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지 남은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한다.

떨어진 노란 은행 잎이 눈을 감미롭게 적신다. 만추의 끝자락에서.

 

 

 

 

 

 

 

 

 

 

 

 

 

 

 

 

 

 

 

 

 

 

 

 

 

 

 

 

 

 

 

 

 

 

 

열흘 붉은 꽃이 없듯이

세상의 어느 새가 한 가지에만 머무는 것을 보았는가.

인생사 모두가 그러하니

머물다 스쳐가는 가는 것들에

마음 쓸 일 아니다.

 

 

 

 

 

 

 

 

 

 

 

 

 

 

 

 

 

 

 

 

 

 

 

 

 

 

 

 

 

 

 

 

 

 

 

 

 

 

 

 

 

 

 

 

 

 

 

 

 

 

 

 

 

 

 

 

 

 

 

 

 

 

 

 

 

 

 

 

 

 

 

 

 

 

 

 

 

 

 

 

 

 

 

 

 

 

 

 

 

 

 

 

 

 

 

 

 

 

 

 

 

 

 

 

                                               삶의 화두(話頭)에는 그리움이란 말은 없다.

그리움이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생기는 것이다.

가까이 있으면 그리움이란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외롭다, 고독하다 고 말하지만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것은 단지 먼 그리움일 뿐이다.

 

 

 

 

 

 

~2012년 11월 첫 휴일날 도봉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