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버섯바위

2011. 9. 16. 22:39넋두리

 

 

 

수락산 버섯바위

 

꽃나무는 일 년이 한살이요

바위는 천년이 한 살이라 했든가.

 

솔처럼

푸르지도 않으면서

학처럼

희지도 않으면서

 

차라리 깨어지고

바스라 질지라도

 

세월과 타협할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옹고집으로

 

환갑(還甲), 백수(白壽)를 지냈어도

천만번은 더 지낸 너 이었으리.

 

차마 흐르는 세월 두고

무슨 풍상(風霜)을 말하랴마는

 

흰 구름 벗 삼아

척박한 단풍나무 한 구루 마주하여

 

무심(無心) 한 자락으로

세월을 엮는 너

 

썩은 나무등걸 밑

숨은 버섯모양

수락산 귀퉁이 한 자락을

묵묵히 지켜온 버섯바위여!

 

그 많은 행락꾼들

모르는 체 빗겨가지만

너를 보러 오늘도

나는 수락산을 오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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