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보다는 사랑이.

2011. 7. 7. 08:20넋두리

 

                                                                                          (용봉산)

 

지식보다는 사랑이.

 

살면서 지식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식은 얼음과 같은 것.

차가워지면 차가워질수록

엉겨 붙길 좋아 합니다.

 

그래서 지식으로만 가득 찬 삶은

때로는 위엄과 냉정함에 친숙하지만

날카로운 면도날과 같습니다.

예리하게 자르고 갈라놓지만

덮어주고 이어주고

감싸주는 용서의 그늘을 멀리합니다.

 

(계방산)

지식으로 가득 찬 삶은

온기가 없습니다. 그저 냉랭할 뿐입니다.

 

저 바위들을 보세요.

풀 한포기 조차 자라지 않는 저 칼바위를 보세요.

자연도 그렇거늘 하물며 사람에 있어 서랴.

 

삶에는 온기가 필요합니다.

얼음을 녹이는 따스한 온기가 필요합니다.

삶에는 날카로운 지식이 아니라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열기가 필요합니다.

 

(북한산 족두리봉)

 

얼음으로는 새싹을 키워내지 못합니다.

생명력 있는 것은 열기가 필요합니다.

메마른 차가운 지식이 아니라

축축한 온기가 필요합니다.

 

삶의 온기는 사랑입니다.

산 정상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같이

이념과 정의의 푯대가 아니고

소리 없이 흘러내려

뿌리를 적시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봄비같은 사랑이 되어야 합니다.

 

 

참된 사랑은 영리하지 않습니다.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를 이해하고

알면서도 받아주는 바보 같은 사랑입니다.

 

지식인들은 언제나 높이 있지만 외롭습니다.

프라스틱으로 만든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듯

고결하고, 세련되어진 것은 향기가 없습니다.

어눌하면 어떻습니까. 투박하면 어떻습니까.

바보 같으면 어떻습니까.

 

 

연꽃을 보세요.

산위에 피는 연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연꽃은 다듬어진 정원이 아니라

언제나 바보같이 낮고, 습한 진흙탕 속에서 핍니다.

 

사랑은 높은 곳에서 오지 않는다.

세련되고 총명하고 고귀한 곳에도 있지 않습니다.

도솔천도 아니고 극락도 아니고 천당이 아닌

낮고, 습한 진흙과 같은 중생의 삶 속에서

사랑의 온기가, 향기가 나는 것이다.

 

사랑하세요. 세련되고 깔끔한 사랑이 아니라도

영리하게 계산하는 입바른 그런 사랑은 말고

가슴으로 수용하는 그런 사랑을 가지세요.

 

그래서 사람들은 말합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면 바보가 된다고.

삶은 지식보다는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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