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나들이(학도암)

2011. 5. 12. 00:09국내 명산과 사찰

 

초파일 나들이

산이 좋아 나는 산을 자주 가는 편이다. 평일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어 두세 번 정도 학도암 쪽 불암산을 오르고 일요일에는 수락산이나 도봉산 내지 북한산을 오른다. 물론 초팔일에는 매년 잊지 않고산을 찾아가는 편이다. 사찰들은, 조금 이름이 알려진 사철이라면 어느 절이나 초파일이면 사람들이 부석댄다. 크리스마스기 되면 일 년에 한번 교회에 가는 사람이 있듯이 절도 그렇다. 한 달에 한 번도 절을 찾지 않은 사람들도 초팔일 이 날만큼은 번잡스러운 정도로 몰려든다. 그 번잡스러운 것이 싫어서 나는 내가 다니던 절을 두고 호젓한 산을 찾게 된다.

작년에는 수락산으로 갔다.

수락산을 오르게 되면 영원암 쪽에 초라한 암자와 그 위에 산신각이 있다.

산모퉁이 구석진 곳이라 별로 사람들이 찾지도 않아 조용해서 그곳에서 나 홀로 참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은 이름 없는 암자를 찾아 제단에 향이 있으면 향을 피우고, 초가 있으면 촛불을 키고 그것도 없으면 그냥 삼배만 하곤 했다. 부처를 찾아 가는 길이라면 큰 집의 부처나 작은 집의 부처나 그저 부처일 뿐이다. 金佛이든, 銅佛이든 石佛이든 木佛이든,

서 있든, 앉아 있든, 누워있든 부처는 그저 부처일 뿐이라는 아둔한 생각에서 일까. 밖에 있는 부처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부처를 찾는 것이 나의 길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그러니 눈 꼬집어보아도 스님들이 말하는 信心 깊은 그런 佛子가 나는 아닌가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은 학도암을 갔다. 틈틈이 운동 삼아 올라 약사전에서 나 홀로 염불도 하고 참선도 하고 하는 절이다. 나의 가계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자주 찾게 되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 오늘은 초파일인데도 불구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생각한 만큼 그리 번잡스럽지는 않았다. 마애불과 약사전 앞에는 옛 그대로 철쭉이 아름답게 피어나 있었다. 법당에 들려 삼배하고 낯익은 보살들도 만나고 공양도 했다.귀가하는 길, 숲은 비 탓인가. 나무도 숲도 더 푸르게 보인다. 풀내음이 코끝에 와 닿는다. 5월도 이제 서서히 중반으로 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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